야고부-아이를 더 낳으라구요?

입력 2004-11-05 13:45:57

도심의 전광판 화면에 텅 빈 어린이 놀이터가 비쳐진다. 그네도, 시소도 멈춰져 있고, 강아지처럼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그림자조차 사라졌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셨습니까?"라는 자막. 두 손을 꼭 맞잡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절한 표정으로 하소연한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우리의 힘입니다".

◎…'아이 더 낳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화급한 사안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3년 기준 1.19명으로 미국(2.01명) 등 서구 국가들이나 '소자화(少子化)'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1.29명) 보다도 더 적은,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60년대,"자식이란 다 제 먹을 복 갖고 태어나기 마련"이라며 집집마다 흥부네집 마냥 아이들이 오글거렸던 시절, 가족계획 요원들이 이 마을 저 골짝 다니며 산아제한 운동을 폈던 때와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세태다. 오죽했으면 여성단체인 주부교실연합회가 1974년을 '임신 안 하는 해'로, 또 75년을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로까지 정해 캠페인을 벌였을까.

거국적인 산아제한 캠페인은 세계적인 모범케이스로 성공했다. 그러나 2천년대 들어 저출산의 가속화가 심각해지면서 노동인구 급감,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우려한 정부가 다출산 쪽으로 급선회,0이젠 다시 '많이 낳는 것이 미덕'이 됐다.

◎…앞으로는 아이 1 명을 낳으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1년간 납부한 것으로, 또 2 명을 낳을 경우 2년간의 납부기간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이같은 '출산 크레디트'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연금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면 21년 또는 22년 납부한 셈이 돼 수급액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

앞서 현재 30여개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 둘째 아이에 대한 소정의 보육료 지원,셋째 아이 출산때 의 출산축하금 보조 등 각종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허리를 휘게하는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지옥같은 입시전쟁,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시집장가보내고도 평생 자식걱정을 해야하는 이런 세태 속에서 젊은 층의 출산기피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각종 고심어린 출산장려책도 1회성일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경마중독증에 빠진 아버지에 의해 500만원에 팔린 아이가 다시 새 부모의 의 부도로 보육원에 버려졌다. 한쪽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고 호소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무정한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세상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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