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자카르 지음/궁리 펴냄
'전능하신 천주성부/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이 사도신경(使徒信經)을 낭송한다.
서기 324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채택된 이래 오늘날까지 변치 않고 전해지는 사도신경은 그리스도교인이 믿어야 할 기본적인 교의(敎義)를 간결하게 요약한 글이다.
사도신경은 수많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 종교적 영감의 원천이 되고있다.
프랑스의 유전공학자인 알베르 자카르가 쓴 화제작 '신?'(神·Dieu?)이 국내에 출판됐다.
프랑스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사도신경을 비롯한 기독교 복음서들이 주는 진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어린시절 가톨릭 신앙 속에서 성장한 저자가 과학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탐구한 대상은 바로 사도신경이다.
저자는 사도신경은 '저는 믿나이다'라는 첫 문구부터 딴죽을 건다.
'믿는다'는 말은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말은 '의심'이기 때문이다.
유일신 개념에 대해서도 논란을 이끌어낸다.
신은 인간이 만든 수적 개념에 의해 제한되는 존재는 아니며, 존재하는데 타자의 시선이 필요치 않는 그 자체로서 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1이라는 수적 개념은 신보다 인간에게 적용하는 편이 합당하다고 그는 보았다.
유일신 사상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인류는 하나라는 점이라는 논리로 그는 치닫는다.
'신은 일부 사람들이 거추장스럽게 덧씌우는 전능함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신학자 프랑스 케레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사도신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라고 권유한다.
신의 전능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신의 전능함이 신이 아닌 인간의 시각에서 해석되고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은 자유롭다.
이승에서 행해지는 일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복음서에 적혀있는 대로 예수의 생애를 믿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수가 말한 생각에 깊은 동감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수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 세상을 더욱 나은 것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신경을 해석의 텍스트로 삼았지만, 저자가 말하고픈 것은 산상수훈이다.
사도신경이 믿어야 하는 바를 그렸다면, 산상수훈은 살아야 하는 바를 제시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는 우리에게 인간 공동체를 믿으라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공동체를 만들라고 했으며 그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 책은 매우 도발적이다.
적어도 성경의 자구 하나하나가 금과옥조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불쾌감도 줄 수 있다.
신학이나 과학 관점에서 볼 때 분석이 전반적으로 피상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존재와 신앙에 대한 진지한 자기 고민을 담은 대목도 많아 마음 열고 읽기에 따라, 종교적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고 신앙심을 더욱 깊게 만들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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