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 기자의 의료이야기(15) 의사 고소득 직종인가
"우리 세대는 그래도 벌어놓은 돈이 있어서 그럭저럭 살 수 있는데, 요즘 개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불쌍합니다. 개원 비용은 예전보다 더 드는데 환자는 줄고, 수가는 턱없이 낮기 때문이죠."
지난 주 열린 대구경북 소아청소년과 개원의협의회의 소모임에서 중년 의사들이 내뱉은 푸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의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주 듣게 된다.
정부와 의료정책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접하게 된다. 정부가 의사들의 어려운 사정도 모르고 건강보험 재정의 열악함을 이유로 틀에 박힌 제한적인 진료만 가능토록 하고, 각종 규제로 민간 의료를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의료제도가 사회주의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의사들의 이런 비판에는 자기중심적인 해석으로 인해 사실을 왜곡하는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의사들이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환자 수가 줄어든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비현실적인 수가, 진료행위에 대한 과다한 규제 등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소득은 얼마나 될까. 대한의사협회가 내년도 수가계약을 앞두고 남서울대 부설 보건의료연구소에 의뢰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2005년도 의료수가 적정 조정률 산정연구'에 따르면 전국 141개 의원의 개원의사는 평균 4억50만원을 투자해 월 298만원(소득)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의원들은 투자금액 4억50만원 가운데 건물구입 또는 임차료로 1억9천880만원을, 의료장비와 시설비로 2억130만원을 사용했다. 자기자본비율은 42%(1억6천820만원)였으며, 나머지 투자금(2억3천230만원)은 금융권과 사채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의료수입은 연간 3억8천232만원이었으며, 여기에 인건비(9천903만원), 재료비(5천885만원), 경비(1억6천869만원)등 비용 3억2천658만원, 자본비용(투자금액 이자 등)을 제외한 원장 의사의 소득은 3천579만7천원으로 집계됐다. 즉 4억원을 투자해 한 달에 300만원을 버는 셈이다. 물론 이 자료는 의사단체가 용역을 의뢰한 결과인 데다 표본의 규모가 적다는 점, 설문에 의존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느닷없이 의사의 소득을 장황하게 설명한 데 대해 따지실 독자분들이 많을 것 같다. 의사의 소득이 준 게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의사의 소득은 환자 진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원의사들이 전문진료과목을 불문하고 '태반주사', '보톡스주사', '비만치료'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비보험) 의료상품을 앞다퉈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의사 소득의 저하는 비보험 의료상품의 개발을 부추겨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높일 수 있다. '정상'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비정상'이 판을 치는 게 세상사 아니겠는가.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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