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억2천만명 내외의
미국 유권자들이 2일 0시(한국시간 오후 2시)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투표에 들어
갔다.
43대 미국 대통령인 부시가 연임에 성공할지 새로운 44대 대통령이 당선될지는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11시)경이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소위 부시 독트린에 편승한 영국과 호주, 이탈리아 및
일본 등 몇몇 나라 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연임을 바라고 있지만 미국의 일방적 군사
주의를 우려하는 나라들은 민주당 정부의 출범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선거 사흘 전 전격 공개된 '오사마 비디오'는 부시 진영은 물론 케리 진영까지
도 '안전하고 강력한 미국 건설'과 '테러와의 전쟁 강화'를 공언하게 만들었고 이미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세계정책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
적이었다.
미국 유권자들은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천문학적 군사비를 지출하는 부시 행정부
에게 또 4년을 기회를 줄 것인지 아니면 미국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 및 사회보장 확
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한 케리 행정부를 출범시킬 것인지를 놓고 사상 유례 없
는 치열한 선거전을 목격하고 이제 결정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선거 막판 유세에서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과 '강력한 리더십'을, 케리는 "실
패한 경제"와 "그릇된 방향의 지도력"를 지적하면서 외교와 내치에서의 '새로운 시
작' '근본적 변화'를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지구적
규모에서 벌어진 상반된 세계관의 일대 충돌로 볼 수 있다.
투표는 주(州)별로 이날 오전 5시45분~10시부터 오후 6~9시(현지 시간)까지 실
시되며, 투표가 완료되는 대로 주별 출구조사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접전주가 몰려
있는 중부 지역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11시)께는 승패의 윤
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간 전국 득표율 차가 1% 미만
의 박빙의 승부여서 부재자 투표와 잠정 투표가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경우 이들의 개
표가 끝나는 주말께야 승자와 패자의 윤곽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선거일로부터 한 달여 시간이 지나서야 승패가 확
정됐던 2000년 대선의 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양측 모두 수 천명의 변호인단을 확보해 놓고 곳곳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케리 진영은 자칫 2000년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가 재연될 경우 4년전 부시의
공화당 진영이 했던 것처럼 주저없이 먼저 '승리'를 선언하면서 내각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등 서로 승자임을 주장하는 사태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달 26일 사설에서 "주여 이번 선거 격차가 크게 나게 하소
서"라는 가상 기도문을 인용한 것도 바로 이런 사태를 우려한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부시 행정부의 치적과 실정에 대한 미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조기투표제 확산, 공화·민주 양당의 유례없는 동원 전략 때문에 투표율이 60% 안팎
까지 급등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유권자연구위원회는 4년전에 비해 1천만명 정도 늘어난 1억4천3
00만명 이상이 유권자로 등록, 이 가운데 1억1천800만명-1억2천100만명이 실제 투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투표자가 최고 1억2천5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1일 밤 늦게까지 오하이오와 플
로리다, 아이오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격전지에서 유세를 벌이며, 3% 안팎
의 부동표를 집중 공략했다.
이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워싱턴 포스트(49% 대 48%), 조그비(48% 대 47%)
, 뉴욕타임스/CBS (49% 대 46%), ABC (49% 대 48%), NBC/월스트리트 저널 (48% 대 4
7%), 퓨 (48% 대 45%), 라무센 (48% 대 47%) 등은 부시 대통령의 1~3% 포인트 우세
로 나타났고, 폭스 뉴스는 48% 대 46%, 메리스트대는 49% 대 48%로 케리 후보가 1~2
% 포인트 앞선 것으로 보는 등 두 후보는 여전히 승패를 점칠 수 없는 백중세를 보
였다.
선거인단 확보면에선 뉴욕 타임스는 케리 후보가 처음으로 242 대 227로 역전한
것으로 분석했으며, 워싱턴 포스트도 31일에 이어 케리 후보가 232 대 227로 앞서는
것으로 판단했다.
두 후보의 승패는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5-6개 주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선거전
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가장 먼저 투표를 시작한 곳은 유권자수 20∼30명의 뉴햄프셔주의 두 산골
마을 딕스빌 노치와 하트로 몇 분만에 투개표가 완료됐다.
하트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각각 15표씩을 확보했고 무소
속인 랄프 네이더 후보는 1표를 얻었다고 AP가 밝혔다.
딕스빌 노치에서는 부시가 19표, 케리가 7표를 차지했고 네이더 후보는 한 표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딕스빌 노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지역이다.
미국은 이날 대통령 외에 상원의원 100명중 34명, 하원 435명 전원, 주지사 11
명 등 다른 각급 선거도 일제히 실시한다.
그러나 상, 하원 선거의 경우 현역 재선율이 그동안 90-95%에 이르는 상황인 데
다 이번 투표 직전 판세에서도 큰 변화가 없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공화당의 상
하 양원 다수당 지위에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34개주 대선 후보 명단에 오른 개혁당 랄프 네이더 후보는 1.2% 정도의 지
지율이어서 4년전 대선 때의 2.74%에 비해선 반감했지만, 1% 포인트 이내로 승부가
갈리는 주에선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96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민주당)과 밥 돌 공화당 후보 간의 대결
결과를 불과 0.1% 포인트 차이로 적중시켜 일약 유명세를 탄 여론조사업체 조그비의
존 조그비 사장은 1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케리 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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