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 후면 폐쇄…원생들 "우린 어디로"

입력 2004-11-02 11:15:06

지체 장애 2급으로 2년 간 대구 남구 대명동의 '작은 예수회집'에 머물러 온 미진(28·여·가명)씨. 그는 10여개월 뒤면 갈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복지 시설 규정을 갖추지 못한 미인가 복지시설은 강제 폐쇄키로 했기 때문이다.

미진씨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뒤 어머니까지 세상을 뜬 뒤,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장애인 시설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버지가 생계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이곳에 찾아들었다. 현재 '작은 예수회집'에 있는 장애인 5명도 모두 비슷한 처지다.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예수회집'이 정부 규정에 맞춰 시설을 개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억5천만원. 하지만 전국 대도시마다 있는 작은 예수회집 입장에서는 정부 보조금 6천만원을 빼고는 1억9천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는 형편이다.

정미영 원장은 "늦어도 10월에 공사가 들어가야 내년 7월 이전에 신고시설로 전환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전부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인근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인 '소망의 울타리'도 비슷한 상황. 20세 이하 여학생 10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이곳도 신고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거실을 마련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분리하는 등의 시설 개·보수를 해야 하지만 예산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김영준 목사는 "정부 예산 4천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천500만원이 없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소망의 울타리'가 해체된다면 10여명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100여명의 '고향'이 사라진다"고 했다.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미인가 시설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대구 지역의 미인가 시설 15곳(수용자 190명) 중 개인이 운영하는 9곳은 아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처장은 "정부 규정대로 시설을 바꾸더라도 상당수 입소자들이 자격조건미달로 시설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전국적으로 미인가 시설 수용 인원이 2만여명이 넘지만 정부는 규정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한 사회복지사는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고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라면 그럴듯한 건물을 짓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제도를 완화시켜 법적 보호가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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