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사랑 나누기가 세상을 밝혀요"

입력 2004-10-30 13:09:10

감촌복지관 자원봉사단

'소리없는 자원봉사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사람들' '물질보다 몸으로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

김천시 종합사회복지관의 자원봉사단원들에게 늘 붙어다니는 수식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누구도 떠밀지 않지만 내가 사는 지역과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 손을 내미는 이들, 그런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지난 27일 오전 김천시 종합사회복지관 3층 요리실은 도시락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들로 붐볐다. 매주 수요일은 결식아동 28가구에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해 주는 날이기 때문. 이날 당번은 재가복지 1조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모두 주부들인 13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익숙한 솜씨로 먹음직스런 반찬을 곁들인 도시락을 만들어 면단위까지 배달했다. 조장인 이태임(58'김천시 남산동)씨는 "도시락 만드는 일보다 배달하는 일이 더 힘들다"며 "도시락 하나를 두, 세끼에 나눠 먹는 결식아동들이 애처롭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경력 8년인 곽미옥(43'부곡동)씨는 도시락을 면단위까지 직접 배달하기 때문에 오후 4시쯤 돼야 봉사 일이 끝난다. "도시락 배달이 있는 날이면 어린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집앞에 나와서 반갑게 기다리고 있죠. 힘은 들지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자원봉사 10년째인 신상순(58'덕곡동)씨는 몸이 좋지 않은 딸을 돌봐줄 사람이 마땅찮아 딸을 데리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한다. 도배기술자이기도 한 신씨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도배도 많이 해 준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도 마음만은 부자라는 그다.

결식아동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은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반별로 나눠서 한다. 재가복지 자원봉사자들은 이 일 말고도 매월 첫째 화요일에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든 홀몸노인 88가구에 반찬을 만들어 전하는 봉사를 한다.

김천시 종합사회복지관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들은 현재 250명. 모두 주부들로 자원봉사 경력이 평균 10년에 이를 정도로 봉사를 우선해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김천시 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1995년 8월 자원봉사자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개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펴는 이들을 체계화시켰다. 자원봉사자들은 현재 전'의경들을 돌보는 전경어머니반, 노인지원반, 병간호지원반, 모자세대를 돕는 모자지원반, 전화상담을 하는 사랑의 전화반, 행사지원반, 민원봉사반, 아동지원반, 미용지원반, 재가복지반 등 14개 봉사단체로 세분화돼 있다.

봉사 방식은 조금씩 틀리지만 어느 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다. 주요 봉사대상은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극빈자 등 88가구로 목욕, 청소, 빨래, 이발, 밑반찬 배달 등 어지간한 살림살이를 도맡는다.

하지만 자원봉사의 영역은 무한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 봉사가 필요하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태풍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와 올해는 김해와 문경을 각각 찾아가 피해 농작물 정리 등의 활동을 펴기도 했다.

14개 봉사단체 대표들은 매월 한차례씩 모여 봉사 실적 발표회 등을 통해 자원봉사 방식과 조직을 재정비한다. 자원봉사자 모두 적극적인데다 운영 또한 효율적이어서 지난 1996년엔 전국 자원봉사 우수상을, 지난해엔 경북도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했다.

복지관측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고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르쳐 준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또는 여성개발원 등에 위탁 교육을 수시로 시킨다. 특히 1년 전엔 자원봉사자들의 자기 개발과 위문공연 등 봉사영역 확대를 위해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인 '핸드챠임' 연주단(20명)을 조직하기도 했다.

또 사기 진작을 위해 1년에 한번씩 자원봉사자 대회를 갖는다. 지난 26일에는 김천시 감천면에 2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모여 2004 자원봉사자대회를 갖고 그동안의 수고를 자축하고 더 나은 봉사활동을 결의하기도 했다. 복지관의 김미숙 교육담당은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생활이 넉넉치 않은 보통 사람들로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쾌원 종합사회복지관장은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언제 어디든 달려갈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시민 욕구에 부응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이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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