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인 투르게네프는 '모든 악(惡) 중에서 가장 나쁜 건 쉰다섯 이상 나이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자주 인용했던 레닌은 그 말의 덫에 걸렸는지, 쉰넷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의 장본인인 투르게네프는 예순다섯까지 살았고, 만년에 쓴 '산문시'가 러시아와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높게 칭송한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한 세대 전만 해도 평균 수명이 50대 중반 정도여서 나이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달라졌겠지만 투르게네프의 말은 수정돼야 하지 않을까.
◎…문학에 뜻을 두고 애태우는 사람에게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문학청년'이라는 수사를 붙인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시즌이 돌아 왔다. 젊은 시절부터 간직해온 문학에의 열망 때문에 이 시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만년 문학청년'들도 없지 않을 게다. 실제 주위에서 공직에서 은퇴한 노인들 중 '문학 열병'을 앓으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76세 노인이 처음 쓴 소설이 프랑스 굴지의 문학상에 뽑혀 화제다.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한 화제의 주인공은 아카데미 프랑세즈상(소설 부문)의 영예를 안은 프랑스의 신인 작가 베르나르 뒤 부셰롱으로 수상작은 소설 '짧은 뱀'이다. 프랑스 한림원은 28일(현지 시각) 이 작품은 외세의 간섭과 민족 간 문화적 충돌이 부른 사태를 상징화했다고 평가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주변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중세 설화 형식의 작은 소설이라 한다. 그러나 최종 심사에서 콩바의 '불 같은 사자'(4표), 마리 나미에의 '침묵의 여왕'(9표)을 제치고 15표나 얻어, 그 평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이 소설은 출간 자체가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는 프랑스 최고의 갈리마르에서 지난 9월 말에 나와 빛을 보자마자 '사고 칠' 가능성을 예고했던 모양이다.
◎…우리 문단엔 20대에 반짝이는 감수성으로 등단하는 게 통례였다. 조로(早老) 현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40대가 돼 등단한 소설가 이병주나 박완서를 '늦깎이'로 보던 때가 지난 지도 오래됐다. 이미 소위 '문학청년'의 나이가 40, 50대로 올라 있기 때문이다. 무명작가 뒤 부셰롱의 수상 소식은 '느림의 미학'과 '황혼의 상상력'으로 우리 문학도 한층 높고 깊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교훈이 되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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