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에도 신원미상인 철책 넘어 월북

입력 2004-10-30 11:05:56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월북자가 강원도 철원군최전방 3중 철책을 절단하고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군당국의 발표에 대한 진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996년에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9일 군당국에 따르면 지난 96년 9월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월북자가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최전방 OO사단 GOP(전방관측소)철책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 월북자는 3중 철책을 절단기로 자르지 않고 철책을 타고 넘어간 뒤 은박돗자리와 침낭, 청색 배낭 1개 등 유류품을 현장에 남겨 놓았다.

당시 군과 경찰, 국정원 요원 등으로 이뤄진 합동신문조는 이 사건을 신원미상민간인 1명이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언론에는 이런 사실을 일체 공개하지않았다.

월북자가 타고 넘은 철책 가운데 남방한계선의 첫 번째와 세 번째 철책은 지난 26일 사고가 난 철원군 GOP철책과 동일한 '판형' 철책이며, 중간에는 원형철망이 놓여 있었다.

이 사건을 조사했던 합신조는 목격자 증언과 현장에서 수거한 유류품, 발자국등을 근거로 신원미상의 민간인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3중 철책 상단부분이 찌그러지고 유류품을 발견하기 5일 전 청바지 차림에 청색배낭을 메고 길이 1m 가량의 나무 막대기를 흔들면서 전방지역으로 이동하는 목격자진술을 확보한 뒤 현장을 정밀 조사한 결과, 철책선 인근에서 발견된 막대기가 목격자의 진술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월북자가 남긴 유류품은 당시 월북하려다가 적발된 소설가 이모씨와 같은 달 동해안 침투 무장간첩들이 남긴 것과 비교한 결과, 완전히 다르다고 결론을내리고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사건 조사를 마무리했다.

또 철책선 인근에는 폭 10~30m, 깊이 1~2m의 OO강을 비롯해 남측에서 북측으로발달된 3개의 계곡이 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고 철책선을 타고 넘은 점으로 미뤄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공작원이 아닌 남측 민간인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군관계자는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의 출입 통제와 철책선의 경계 사각지역에 대한 감시 소홀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부대에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지난 96년 철책 근무시 철원군 3중철책 절단과 유사한 월북사고가 있었다. 철책선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극복될 수 있다"며 "가끔 민통선 이북지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왔냐고 물어보면 북한으로 갈려고 왔다고 하는 정신 이상자들도 많다"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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