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유기농식품 사고-<상> 유기가공식품, 믿을 만한가

입력 2004-10-30 08:52:59

'유기농 식품, 과연 믿을 만한가?'

현재 친환경제품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작년의 친환경제품 시장은 약 6천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8천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온-오프라인 판매 매장만 해도 9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일반 농산물이 유기농산물로 둔갑하는가 하면 일반쌀이 섞인 분유가 유기농 분유로 유통되고, 유기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등으로 유기농 식품 관련 사고가 빈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 시장의 문제점과 대안을 진단해본다.

유기가공식품, 믿을 만한가

수입 유기농산물이 밀려 들어온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리와 대안주부 이모(35)씨는 9개월된 아들의 분유를 고를 때 '유기농' 표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유기농 분유는 일반 분유에 비해 20%가량 비싸지만 아기의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제품을 고르는 것.

하지만 이씨는 유기농 분유를 집어들 때마다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다.

유기농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인증 마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 마요네즈, 케첩, 간장, 분유 등 각종 유기가공식품이 출시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 관리가 이분화돼 있는 데다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인증기준도 없어 소비자들은 유기농 여부를 제조처의 제품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리는 농림부에서, 가공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제도는 없는 실정. 녹색살림생협 오창식 사무국장은 "식약청의 잣대가 매우 느슨한 데다 원산지 표시 등에 대한 규정도 없어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유기가공식품 담당자에 따르면 가공식품의 경우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인증을 받은 원료가 95% 이상 포함돼 있어야 제품명 또는 주표시면에 '유기농'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유기농 원료 비중이 70~95%일땐 제품명 또는 주표시면을 제외한 곳에 유기농 관련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기가공식품은 따로 인증을 받지 않고 유기농 함량표시와 유기마크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올바르게 식별하기 어렵다.

유기농 농민들은 최근의 유기농식품에 대한 불신감이 유기농산물에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친환경농업연구회 이영일 회장은 "유기농 가공식품도 까다로운 인증과정을 거쳐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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