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래 사이버에 달렸다-(5)농산물 전자상거래

입력 2004-10-26 09:17:25

"IT와 BT가 꺼져가는 농업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농산물 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과 농업인 모두 농산물 전자상거래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는 농민과 소비자 둘 다 살리는 상생의 원리가 작용한다.

소비자들은 직거래를 통해 싼 가격으로 양질의 농산물을 공급받고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농산물 주문하기

김정우(35·여·달서구 월성동)씨는 지난해부터 농협 e쇼핑을 통해 쌀을 사먹기 시작했다.

임신 5개월 째여서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 힘든 것도 이유지만 할인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터넷 쇼핑을 통해 과일이나 가공 농산물을 한 번 사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품질이 좋고 편리해 큰 물건을 살 때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농산물은 큰 부피, 부패성, 품질의 변동성, 계절성 등의 이유로 공산품에 비해 전자상거래 비중이 크지 않다.

또 소비자들도 아직 신선도와 신뢰를 이유로 농산물 전자상거래에 대해 아직 생소한 부분이 많다.

실제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직거래 추진실적 중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거래는 총 직거래 실적 1조2천억원 중 30억5천만원으로 0.3%에 불과하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이나 개인 농가 실적이 제외된 수치여서 실제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액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도내 농가들의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는 2001년 141억원, 2002년 148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는 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의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매출액을 감안한다면 농산물 전자상거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부터 문을 연 농협 달성유통센터 e쇼핑점도 최근 하루 평균 20건 정도의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홍보기간을 감안하면 주문 건수가 많아 업계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달성유통센터 e쇼핑 담당자는 "인터넷으로 한 번 주문한 고객들의 재구매 비율이 높다"면서 "추석기간 인터넷 구매자가 크게 늘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달라진 농가의 일상

'안동대추(www.andongdaechu.com)'를 생산 판매하는 임희종(52)씨의 하루 일과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하루 종일 농사일을 제외하고는 크게 할 일이 없었던 임씨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짧다고 말한다.

특히 수확철인 10월 중순에는 "오전에 일꾼들과 대추 수확을 하고 인터넷 주문량을 맞추려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면서 "건조, 포장부터 판매까지 직접 하다보니 밤 12시 이전에 잠이 드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과거 농민들은 농사일에만 신경 쓸 뿐 수확량의 대부분을 도매상에게 넘기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통신판매와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의 길이 열리면서 농민들의 일상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직거래를 통해 예전에는 도매상들이 가져가는 유통마진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농산물을 제값에 받을 수 있게 된 것.

지난 93년 통신판매를 시작으로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해 온 임씨는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대추 1만원어치 팔아봤자 농민들 손에 떨어지는 돈은 1천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직거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주 도흥참외'의 경우 도매시장 출하가는 15㎏에 3만원이지만 전자상거래 판매가는 5만5천원으로 유통·마케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상당하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보이는 전자상거래도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품질이 우수해야 하고 지속적인 홈페이지 관리와 게시판을 통한 소비자들과의 대화로 신뢰를 쌓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지난해 도내 127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매출액을 분석해보면 매출액이 2천만원 이하인 농가가 절반에 가까운 60개에 이른다.

이는 웹호스팅 비용, 홈페이지 제작비용, 배송료 등을 감안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농가가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임씨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제품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면서 "다른 대추와 달리 해발 400m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직접 만든 퇴비로 유기재배를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어 인터넷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와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현재 안동대추는 매출의 50%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미래

정부는 최근 2007년까지 334억원을 투입, 농산물 전자상거래 규모를 3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품질관리, 신선도 유지 등 농산물 전자상거래 사이트 인증기준 개발을 통한 정보제공 및 교육을 지원한다.

한편 경상북도는 2005년부터 8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북 농산물 사이버장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도내 농가와 지자체 별로 나눠진 쇼핑몰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융합한 통합 사이버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경상북도 유통특작과 관계자는 "기존의 소규모 업체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여 농가소득 증대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농산물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농가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물류비용이 높고 소비자들은 배송기간이 길어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전국적인 물류센터 확충과 영세 쇼핑몰에 대한 통합작업과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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