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창악기는 삼익악기와 함께 우리나라 피아노 산업을 대표하는 메이커이다. 그런데 영창악기가 지난달 초 부도가 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창악기 인수를 추진 중인 삼익악기측에 그동안 인수를 위해 취득한 영창악기 지분을 1년 내에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삼익악기가 손을 떼자 영창악기는 며칠 못 가 부도가 났고, 주식시장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 공정위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합병할 경우, 업라이트 피아노 기준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92%, 전체 피아노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독과점 업체가 되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이 특정 상품 독과점 상태가 되면 가격 농간을 부리기 쉽고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흡수 합병은 안 된다는 것이다.
◇ 공정위의 조치에 삼익악기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국내 피아노시장 규모는 1만8천~2만대로 3년전에 비해 4분의1로 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 국내 경쟁만을 의식한 독과점 방지 조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 주력해서 승부를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선 작은 덩치로 외국의 거대기업과 싸워 승산이 없다는 항변이다.
◇ 세계적인 악기 기업인 일본 야마하는 계열사 59개에 연간 매출액 6조원, 순이익 약 5천억원에 달한다. 매출액 규모가 삼익악기의 50배, 삼익과 영창을 합한 금액의 30배나 되는 거대기업이다. 이 같은 외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국내업체들간의 인수'합병 또는 연합전선 구축이 시급한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못하게 막는 공정위 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공정 거래는커녕 국내 기업들을 외국인 손에 넘기는 결과만 빚는다는 주장이다.
◇ 영창악기는 공정위 조치로 삼익악기가 가진 지분이 의결권을 상실하는 바람에 외국계 펀드가 사실상 1대 주주로 올랐다. 최근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는 공정위의 출자총액 제한 조치도 본질적으로 독과점 방지와 연결돼 있다.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막고 기업 경쟁력, 특히 국제 경쟁력도 놓치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책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명품 피아노가 있다면 좋은 일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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