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는 엄마의 아침 시간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기도 힘들지만, 일어나서도 늑장부리는 아이를 볼 때마다 매일 아침이 무슨 전쟁을 치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오늘은 이런 아침이 오히려 기쁘기만 하다.
짙어 가는 가을, 아이가 다니는 경일여고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문화 기행 행사'에 참석한다는 설레임 때문이다.
허둥거리며 바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일상 생활에 쫓겨 우리 문화재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특별한 관심과 흥미를 갖고 행사에 참가했다.
가을을 느끼게 하는 청명한 날씨를 배경으로 선생님들의 환송까지 받으며 첫 번째 방문지인 대구대학교로 향했다.
정성스럽게 다과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시는 입학처장님의 간략한 학교 소개를 들은 후 일행은 15층에 위치한 홍보관에서 교정을 내려다봤다.
계획적으로 잘 꾸며진 학교 모습에 모두 놀랐다
박물관과 한국 현대 칠예전을 관람하면서 우리 주변 지역의 대학이 학생과 지역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대학 박물관에 귀중한 문화재가 많이 소장되어있음도 직접보게 됐다.
버스로 학교 시설들을 둘러보고 떠나면서, 외적인 규모만큼 내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며 영주로 향했다.
중앙고속도로로 2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순흥. 토속 음식인 묵밥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에 들렀다.
마침 그날은 서원 건물 중 유일한 단청 건물인 사당에서 제례를 올리는 날이었다.
제를 지내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제의를 입고 음복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풍습을 엿보는 특권을 얻어 기뻤다.
그리고 죽계천에 있는 큰 바위에 억울한 원혼을 위해 새겨 놓은 '敬'(경)자에 대한 유래를 들을 때는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소수서원을 뒤로 하고 최종 목적지인 영주 부석사에 도착했다.
부석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은 사과나무가 눈앞에 펼쳐져 황홀한 느낌마저 들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 나의 잠재된 의식 속에서 하나하나 살아나는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고사리와 더덕 같은 산나물을 팔고 있는 모습은 짙어 가는 가을빛을 물씬 느끼게 했다.
우리 나라 최초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은 배흘림 기둥과 모서리 기둥의 치솟음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기품 있는 한옥 지붕의 모습은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했다.
무량수전 뒤 숲 속에 있는 조사당 건물과 선비화가 된 의상대사 지팡이, 돌 축대,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조형미가 빼어난 석등 등은 부석사의 예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선묘 낭자와 부석의 전설은 현실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채로운 화엄 세계의 한 단편이라도 보게 된 영광과 여정을 마친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들뜬 마음 때문인지 참가한 어머님들은 피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들의 생활 지도며 학력 증진에 대한 대화의 꽃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감 선생님을 비롯, 여러 선생님들이 마중 나와 계셨다.
하루 종일 학생들을 가르치시느라 힘드실 텐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이번 '문화기행' 참가는 평소 멀게만 생각했던 학교가 더욱 가까이 느껴지고 선생님의 준비와 애쓰시는 모습에서 아이를 가르치려는 열정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여행 중에 맺어진 친교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앞으로 이 행사가 계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강수영(경일여고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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