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지킴이

입력 2004-10-23 19:45:42

"풀뿌리 우리 문화재 지키기 열풍 일으킬래요"

지난 18일 오후 안동시 북문동 태사묘(太師廟). 전국에서 문화재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후백제 견훤을 퇴치한 삼태사인 안동 김·권·장씨 시조를 모신 곳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 출범식'. 이 운동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과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하나씩 맡아 깨끗이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자는 문화운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경북에서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경주 신라문화원','대구거리 문화시민연대', '문경문화연구회'를 비롯해 서울에서 궁궐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서울 한국의 재발견','광주대동문화연구회'등 전국의 11개 문화단체 대표들이 모여 이 운동이 전국적 시민운동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행정기관에서도 이날 출범식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 김용대 경북도 행정부지사, 김휘동 안동시장 등 각계 기관장들도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안동명예시민 1호로 선정되기도 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문화단체에서 시동을 건 이 운동이 국민운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특히 문화재청에'시민협력실'을 만들어 민간문화보호단체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애로사항을 찾아서 해결해 나갈 것을 밝혀 이 운동의 출범을 지켜보는 문화재청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유교문화의 중심도시를 자부하고 있는 안동에서 전국단위의 풀뿌리 문화운동 행사가 개최되는 결실을 맺은 데는 지역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는 안동문화지킴이가 중심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은 2년전 안동문화지킴이에 의해 시작돼 다른지역 문화재 보호단체들이 호응을 함에 따라 이번에 서로 연대해 전국적 운동으로 확대하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안동문화지킴이가 발족된 것은 지난 99년 6월.

안동문화지킴이 발족에 앞장섰던 권두현 사무국장(38)은 "안동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는 여전히 힘이 있으며 한국적 문화중심에서 안동만이 가지는 독특한 힘을 가꾸어내기 위해 안동문화 지킴이가 만들어졌다"고 안동문화지킴이가 생겨난 배경을 소개했다.

고향인 안동에서 지역문화운동에 앞장서온 권 국장은"자기주변의 문화의 가치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하면 삶 자체도 진지한 의미를 잃어 결국 발을 땅에 붙이지 못하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문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동문화지킴이의 활동목적은 단순히 문화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문화재를 깨끗이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얻은 문화지식을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데 이어 한 걸음 더 나가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재를 매개로 가족들이 건강한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성숙한 문화 시민으로 거듭나자는 것이 안동지킴이의 목표다.

안동지킴이 회원은 안동지역 시민과 가족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가족단위 가입을 중시하는 안동지킴이의 회원은 현재 600여명 정도. 어린아이에서부터 청소년, 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회원들은 매주 마지막 토요일 오후 2시30분 안동시청 마당에 모여 대형버스와 개인차량을 이용, 답사지로 출발한다.

답사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답사에 드는 비용은 가족단위(5천원), 개인(3천원)으로 나눠 매월 내는 회비로 충당되고 있지만 답사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간식과 퀴즈대회 상품을 주는데 이어 매월'사람과 문화'라는 회지를 발간하다보니 늘 빠듯한 살림살이다.

답사장소는 사전에 회지를 통해 통보되며 답사활동은 현장에 도착한 뒤 먼저 문화재를 쓸고 닦는 청소를 한 뒤 문화재에 대한 설명, 간식제공, 그 날 답사한 문화재에 대한 퀴즈대회로 진행된다.

막간에 이루어지는 장구 등을 이용한 민요공부도 빼놓을 수 없는 답사의 재미거리 중 하나. 답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며 안동지킴이가 그동안 찾아본 문화재만 안동을 중심으로 예천, 청송 등 40여곳에 이른다.

대구에서 2년전 안동으로 이사온 뒤 안동문화지킴이 회원활동을 하고 있는 김내영씨는"안동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우리주변에 잊혀져 가고 있는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적은 힘이나마 보탠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재해 안동문화지킴이 대표는"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참여한 아이들이 문화재 현장에서 청소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문화재에 대한 공부에 푹 빠지는 모습이 보기에 너무 좋다"며"이 같은 문화재 사랑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게 더욱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안동문화지킴이의 시민문화 봉사활동은 누구든지 동참할 수 있는 문화활동으로 새로운 가족문화를 되살리고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음으로써 모두 문화시민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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