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검토'

입력 2004-10-22 12:10:34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한 지난해 3월12일 저녁 청와대서 가진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법적 판단과 국민 판단이 남아있는데 두 판단에 기대를 걸고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낮엔 경남 창원공단 한 공장을 방문해서 "헌재는 법적인 판단을 하니까, 정치적 판단과 결론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결코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쪊당시 외국의 탄핵 사례가 많이 인용됐다. 1974년 닉슨 미국 대통령은 하원 본회의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사임했고 2001년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재판이 착수되자 사임했다. 1992년 브라질 멜루 대통령은 하원에 이어 상원의 탄핵절차가 개시되자 사임했다. 자진 사임한 이들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대통령과 에콰도르의 부카람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로 축출됐다.

쪊대부분의 나라가 국가원수 탄핵안이 의회처리로 종결되는 데 반해 한국은 헌법재판소가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있다. 국가원수의 진퇴의 적법성을 강조하기 위한 절차이다. 이 제도가 있었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의결을 '정치적 판단'으로 폄하하고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법적 판단으로 대통령의 자리를 지켜주었다.

쪊그러나 헌재의 판단이 있기까지 사회적 혼란은 엄청났다. 공영방송은 여론을 빌미 삼아 뉴스프로는 말할 것도 없이, 기획'토론 심지어 오락프로그램까지 전방위적인 탄핵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국민들이 초유의 탄핵안 가결에 깜짝 놀라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엄청난 국가적 위기가 온양, 국회의 헌법절차에 의거한 탄핵안 처리가 악랄한 반민주적 행위인양 몰아 붙였다. 시위야 말할 것도 없었다.

쪊탄핵 반대 운동에는 대통령의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 큰 작용을 했다. 헌재 재판관들도 영향받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대통령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다. 첫 반응은 "'관습 헌법'은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탄핵 때도 "충분한 검토"를 언급했다. 더 이상 혼란은 없어야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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