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주된 근거로 '관습헌법'을 내세운 것을 두고 헌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들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헌재가 '관습 헌법'의 독자적인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성문(成文)헌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개념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의 경우 관습헌법의 존재에 대해 '황당하다' '충격적이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다수였다.
정한영(46) 변호사는 "민사재판도 아니고 헌법소원에 관습헌법을 인용하는 것은 극단적인 논리의 비약"이라면서 "위헌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논리로서는 아무래도 부족하고 궁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결론을 미리 내놓고 마땅한 법논리를 찾지 못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새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변호사들이 많았다.
헌법학 전공 교수들의 경우 견해가 다소 엇갈리지만 이를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위헌 여부에 관계 없이 법 논리적으로 무리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박진완 경북대 교수는 "이번 판결은 불문헌법과 성문헌법이 왜 동일한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고,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교수는 "불문·관습법 위배라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제까지 세계 헌재 역사에도 없는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독일 미국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판례가 있지만 모두 성문헌법 위반 여부를 우선적 판단기준으로 한 것이었고, 이번처럼 관습헌법 위배만 놓고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허영 명지대 교수는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은 성문헌법 외에 관습법을 두고, 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헌법은 성문화(成文化)여부에 따라 성문헌법과 불문헌법으로 구별되는데 불문헌법은 단일한 법전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관습이나 규범에 의해 확립된 헌법을 의미하고 있다. 어쨌든 헌재가 '관습헌법'을 들고 나온 것은 법률적인 측면에서 두고 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던져주고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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