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자신의 컬러를 밝히라고 요구받을 때가 더러 있다.
요즘 들어 더욱 심하다, 정치문화를 두고. 경제 혹은 사회와 교육 전반에 걸친 담론들에 대한 선명성 논쟁도 불붙듯 한다.
만약 이쪽저쪽 분명한 확답을 안 내릴 경우엔 참으로 이상한 대접받기 십상이다.
분명 이것도 저것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도 저것도 참이 아닐 수 있다라는 컬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데도 컬러를 밝히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렇습니다만, 그러나 ... "라고 자주 답하곤 한다.
그러나 이 '그러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들 하니 어찌해야만 좋을지. '그러나'를 끝내 수용 못 하는 문화는 진정한 공존과 상생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없노라고 나 자신의 컬러를 분명히 밝혀보지만, 그러나!
(『일상의 미학 2』제1부, 정순복, 예전사, 2004)
세계는 우리에게 물질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다가선다.
문화는 명석판명한 지식 체계가 아니라 '명석하지만 혼연스러운 지식'(cognitio inferior, clara sed non distincta)을 들추어내는 감성적 지혜에 의해 잉태되고 양육된다.
세계가 물질에 귀속되는 문명(civilization)으로부터 마음에 귀속되는 문화(culture)로 수용되는 것은 인간의 진화론적 성숙화의 결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숙화의 동인(agent)은 문화에 내재하고 있는 미적 리듬들(aesthetic rhythms)이다.
미적 리듬은 공동체적 에토스(善, ethos)의 분열과 갈등의 첨예한 대립 각들과 갈등 구조를 진정한 화해와 융합의 장으로 이끌어 가는 비판적 지성(critical intelligence)의 정신이다.
현금의 우리 문화 속에는 이러한 비판적 지성들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 개혁과 실용, 성장과 분배, 등등의 담론들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증오와 배척으로 가득 찬 파괴적인 문화들을 증대시키고 있다.
조화에로 지향되는 미적 리듬들이 결여됨으로 해서 우리들의 일상은 일순간에 생동감을 잃고 좌충우돌 기진맥진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드미컬한 담론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하나의 담론이 다른 담론을 지배하려거나 파괴하지 않으려는 미적 리듬들이 우리의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그러나!"로 진행할 수 있는 리듬. "예 이면서 동시에 아니오!(Yes and No!)"라고 본질을 들추어내어 분별하는 리듬이야말로 우리들의 일상에서 시급히 부활되고 복원되어야 할 문화의 본질이다.
긍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할 수 있는 이러한 담론 문화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분명 생동감으로 충만케 될 것이며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상생의 몸짓들이 불새처럼 부활하게 될 것이다.
마음의 여유와 유연성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들 일상의 미적 경계(aesthetic perspective)와 우주론적 대화합의 장을 간단없이 감지(感知)해내는 지혜로운 깨우침들, 문화의 미적 리듬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통쾌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으로 닫혀 질 수 있는 미적 리듬들은 수수만년 우리 민족이 가꾸어 왔던 문화의식의 토대요 '살려 냄'(life)의 미학이라 할 삶의 형식(form of life)임이 분명하다.
문화의 아름다운 리듬들을 마음껏 향유하기 위하여 이 가을, 하늘은 저다지도 맑고 단풍은 이다지도 곱게 물들고 있으리라.대구가톨릭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정순복(鄭淳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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