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상으로 변질한'이인성 미술상'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04-10-19 10:06:03

계명대 미대 이중희교수 대구시 문화행정 쓴소리

대구시 문화행정을 대외적으로 자랑할 것이 한가지 있다.

다름 아니라 일년에 한번씩 전국미술인을 상대로 작품이 탁월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전국규모의 미술상인 이른바 '이인성미술상'이다.

이 미술상을 제정할 당시인 1999년 무렵에는 우리 미술인에게는 대구시 문화행정에 대해서 타지에 비해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미술상에서 선정된 수상자들은 '왕성한 창작활동가'라고 하기에는 연령적으로 그야말로 원로 미술인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인성미술상'은 미술인의 공로상 성격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포상제도는 각 시도별 문화상이 있고, 그 외에 전국규모로서는 광주의 오지호미술상, 허백련미술상 등도 있다.

이런 미술상에 젊은 작가들은 거의 무심한 상태이고, 솔직히 일반 미술인들에게도 거의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대구시 미술인들의 자랑인 '이인성미술상'이 이와 같은 성격의 미술상이 되어야 하겠는가?

이인성 미술상을 제정할 당시, 이 상은 창작활동에 혈기왕성한 젊은 작가에게 등불을 주자는 취지로 출발하였다.

그러한 취지로 일단 방향을 정해두고 난 뒤, 이 상의 명칭을 '이인성미술상'이라고 정한 것은 대구가 낳은 천재 서양화가로 일제시기에 맹활약한 이인성의 업적을 기리자는 의미를 담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은 굳이 이인성과 같은 고전적 화풍이거나 또한 서양화가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이며 오히려 젊고 참신한 신진작가발굴에 의의를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 미술상의 제도권에서 밀려나거나 그늘에 묻혀서 창작활동에 혼신을 바치는 미래를 향한 그 '가능성의 작가'에게 자그마한 빛으로 작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이런 취지는 어느 사이에 퇴색되고 만 것이다.

그것은 이 제도 운영이, 미술상 운영의 모체격인 운영위원회, 작가를 발굴 추천하는 작가선정위원회, 작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가 분할 체제로 운영되어 수상자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오는 단절성에 원인이 있기도 하다.

또한 운영위원회가 2년 임기 후 다음에 선정되는 운영위원이 전원 교체되어 결국 그 본래의 취지가 자동연결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상대상이 될 수 있는 작가들이 위원회에 다수가 참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인성미술상이 제대로 운영돼 대구시의 자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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