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장사 잘 됐는데 요즘 시원찮아"
10월은 일년 중 축제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계절이다.
문경을 비롯해 상주·예천·안동·영주 등 경북 도내 곳곳에서는 풍성한 축제 한마당이 지나갔고, 아직도 읍·면단위 작은 행사들은 계속되고 있다.
축제때면 시·군 공무원들은 며칠 전부터 삼삼오오 조를 이뤄 덤프트럭까지 동원해 축제현장 입구를 틀어막고 소위 잡상인으로 불리는 떠돌이 장사꾼을 막기 위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행사 주최 측 입장에서 보면 이들 상인들이 타고 온 트럭과 점포들이 행사장 주변을 차지해 버리면 주차공간 확보 등 행사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제해야 하는 입장.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떠돌이 장사꾼 입장에서는 행사장이 바로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인 만큼, 푸대접 속에서도 행사장 입구에서 진을 치고 이삼일씩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지난 15일 열린 문경시민체육대회. 공설운동장 입구에는 공무원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상인들의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차는 막지만 사람은 막을 수 없는 노릇. 떠돌이 장사꾼들은 자신들이 팔 물건을 가슴에 안고 나르기 시작했고, 기어이 행사를 시작할 쯤 운동장 주변을 빼곡이 차지해 버렸다.
솜사탕부터 시작해 아이스크림, 빙수, 어묵, 붕어빵, 엿, 번데기, 전어회, 이동식당과 풍선, 광약, 헛개나무, 뱀, 안경, 혁대, 구두, 의류, 분무기, 유리창닦이, 밤깎이 도구, 액세서리, 도장, 반지, 문패, 두꺼비기름 등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는 만물상을 방불케했다.
8년째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안경 장사를 한다는 박성순(42·여·경기도 성남시)씨는 "과거에는 장사가 제법 잘 돼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장사꾼이 크게 늘어서 하루 10만원어치 팔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10년째 이동식당을 한다는 이영훈(50·강원도 속초시)씨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맡아 키웠고, 우리 부부는 점포를 얻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지금껏 떠돌며 힘들게 돈을 번다"고 했다.
또 올해로 5년째 전국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번데기 장사를 한다는 이명희(41)씨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번데기를 안먹기 때문에 하루 3만~5만원 벌이가 고작이지만 여섯 식구 생계에는 적잖이 보탬이 된다"고 했다.
점촌읍내에서 식당을 하는 정모(51)씨는 "떠돌이 장사꾼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나쁜 짓에 휩쓸리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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