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與 언론개혁법안 쟁점은 무엇인가

입력 2004-10-16 09:27:47

열린우리당이 15일 이른바 '언론개혁 입법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신문 등의 기능 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가장 큰 특징은 일부 언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을 반영하지 않은 것.

지난달 21일 224개의 시민단체·언론인단체·노동단체·학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정간법을 대체할 '신문 등의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여기에는 일간신문의 주식 소유지분 한도를 현행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30%로 제한하는 한편 소급입법 논란을 막기 위해 기존 신문의 초과지분에 대해 처분을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신문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이 언론인과 언론학자 2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우세했다.

이에 대해 중도보수 성향을 띤 시민단체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사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제한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과 달리 사기업인 신문의 소유구조를 제한하는 것은 사적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의 소지를 분명히 갖고 있으며 자유로운 신문발행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줄곧 "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위헌적 발상이며 비판적 신문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격해 왔다.

언론개혁에 찬성하는 학자 가운데 상당수 역시 SBS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예로 들며 "논란의 소지가 많고 설혹 입법화하더라도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소유지분 제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저 신문들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가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로 입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열린우리당의 방침이 흘러나오자 "대대손손 세습까지 하는 족벌 사주가 지배하는 왕국에서 아무리 좋은 편집권 독립 제도를 도입해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위헌 소지에 대해서는 "은행 등에서도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10%로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외국 사례에 대해서도 "싱가포르와 노르웨이 등에서 지분을 제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족벌신문들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행동도 15일 즉각 성명을 발표해 "족벌언론의 위세에 눌려 신문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 사항인 소유분산 규정을 폐기하기로 하고 여론다양성위원회설치마저 반영하지 않은 것은 신문시장의 붕괴를 방치하고 신문재벌의 자본 횡포를 방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의 제정안은 겸영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일간신문, 뉴스통신, 방송의 지분 50% 이상 소유자가 다른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의 지분 5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정을 각각 30%로 낮췄으나 열린우리당은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4일 문화관광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외국의 추세 등을 들어 오히려 겸영 제한 규정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과 문화관광부 등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 점유율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1개사 50%, 3개사 75%)을 1개사 30%, 3개사 60%(이 경우 10% 미만 제외)로 낮추기로 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되면 신설될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나라당 등은 이에 대해서도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외국에서도 드물고 메이저 3사를 견제하고 친여 신문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등은 "전국 신문시장을 3개 신문이 과점하는 나라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 차원에서 마이너 신문을 지원하는 제도는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독일의 출판통계법 등을 원용해 신문 사업자로 하여금 해마다 발행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주식 발행과 소유 내역 등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통제적 발상이라는 의혹과 함께 세원 노출이나 광고 격감 등을 우려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신문의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경품 제공 행위 금지를 법에 명시하는 한편 광고의 비율이 전체 지면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못박았고 편집규약 제정과 독자권익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방송법 개정안에서도 열린우리당은 지배주주의 소유지분 한도를 30%에서 15%로 낮추자는 언론개혁국민행동의 입법청원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민영방송의 최다 출자자가 변경될 경우 방송위의 승인을 얻도록 했으며 그렇지 않은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열린우리당은 방송의 소유지분 제한 강화 역시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라는 반론과 '정부에 비협조적인 SBS를 길들이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대로 두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성의 독립을 위해 방송편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것도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노사 자율권을 침해한 것이며, 편성과 제작이 노조의 압력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구성에서는 위원의 결격 사유로 '당원의 자격을 상실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와 '방송 관련 사업에 종사하다 퇴사한 지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를 추가했다.

이는 지난해 방송위 구성이 정당과 방송사의 '나눠먹기'로 구성되면서 일부 위원이 특정 정당과 방송사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방송발전기금 설치 목적에'시청자 복지 증진'을 추가해 시청자의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언론자유 신장, 언론보도의 영향력 확대, 전파 속도의 증가 등으로 인격권 침해가 늘어나고 있으나 피해구제에 대한 규정은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제정안은 언론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측 손해배상액 입증 책임을 대폭 완화해 원고 측이 피해액의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법원이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언론사에 고충처리인(옴부즈맨)을 두도록 하는 한편 비영리 법인이 언론피해상담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자(死者)에 대한 인격권을 사후 30년까지 보장하기로 하는 등 상당 부분 국민행동의 제정안을 반영했다.

열린우리당은 3개 법안의 제·개정안을 1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한 뒤 곧바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한나라당과의 이견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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