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옮기면 어김없이 아파트
'학교 옮긴 자리는 우리 차지?'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기 전까지만 해도 한때 전국 유명 주택회사들과 당당히 겨루며 이름을 날렸던 우방과 보성. 지금은 옛 명성을 잃었으나 대구의 주택 특히 아파트 보급에 적잖은 기여를 했고 나름대로의 특이한 기록(?)도 남겼다.
1980년 이후 도심에 자리했던 학교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자 이들 두 회사는 재빨리 알짜배기 땅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우방과 보성은 각각 4군데와 3곳의 학교터에 아파트를 지어 그렇잖아도 답답한 도심이 '콘크리트 숲'으로 변하는 데 일조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집계에 따르면 1984년 중구 대봉동의 옛 대구상업고(현 대구상문고)가 달서구 상인동으로 이전한 것을 필두로 올 3월 수성구 만촌동 소선여중의 자리이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18개의 초·중·고교가 옮겼고 영신초·중·고교와 계성중·고교도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8군데의 학교이전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거나(10곳) 공사가 진행 중(1곳)이며 영신초·중·고교 자리에도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는 등 학교터는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10군데 아파트단지 가운데 7개소가 우방과 보성이 지은 것.
학교터의 아파트는 보성이 처음 시작했다.
1985년 이전한 중구 대봉동의 전 경북고 자리를 비롯해 86년 옮긴 중구 대봉동의 능인중·고교, 90년 이전한 중구 남산동의 영남중·고교에 보성아파트를 건설, 분양했다.
이어 우방에서도 대륜중·고교 자리를 시작으로 오성중·고교 및 성광중·고교, 정화여중·고교 터에 아파트를 지었고 청구와 태왕 및 외지업체인 대림·대아건설 등도 가세했다.
이처럼 옛 학교자리가 속속 콘크리트 아파트 숲으로 뒤덮이면서 도심은 푸른 숲 대신, 칙칙하고 특징 없는 분위기로 변해 소위 푸른 대구 가꾸기와 '솔라시티' 조성사업이 빛이 바래게 됐다.
도심내 공원 만들기를 원했던 시민들의 꿈은 영원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다만 옛 중앙초교만이 공원으로 시민휴식터가 되고 있을 뿐이다(중앙초교 이야기는 다음주 실을 예정이다).
사실 아파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초창기에는 가스누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가수누출 여부를 실험하는 등 아파트 선호도가 낮았고, 특히 대구시민들은 아파트 거부감이 다른지역보다 더 심하고 보수성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아파트 광풍(狂風)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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