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본고장 진수 맛보다

입력 2004-10-09 10:41:50

伊 로마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리뷰

이탈리아 로마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이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 공연으로 8일 밤 무대에 올려졌다. 이날 공연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대구컨벤션센터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거의 자정이 되어서 마칠 때쯤에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청중들이 자리를 지킨 것은 수준 높은 공연이 주는 감동 덕분이라 하겠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1786년 초연된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독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서곡을 비롯해 '귀여운 나비 이젠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겠네', '나 자신 나를 알 수 없네', '그대 내 사랑아 지체 말고' 등 귀에 익은 주옥 같은 아리아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오페라의 대강 줄거리는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과 그의 하인 피가로, 하녀 수잔나,그리고 백작부인이 중심이 되어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이번 공연에는 위해 11명의 주역과 120명에 가까운 제작진 및 출연진들이 참여했다. 그 이름 만큼이나 가수들의 수준은 대단했으며 노래, 연기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어 보였다. 또한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파울로 올미는 전곡을 이끌어 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긴장과 이완의 조화를 이뤄가는 솜씨로 봐서 그는 분명 훌륭한 마에스트로였다. 그러나 제1막의 무대 장치는 실망스러웠다. 전체의 벽면을 천으로 처리한 후, 거기에다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은 작품의 진가에 누가 된 듯하다. 또한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나타난 전기적 잡음은 청중들로 하여금 우려를 갖게 했다. 제3막에서 모니터의 오작동으로 자막이 나오지 않아 내용 전달에 다소 방해가 됐다.

이번 공연은 대구 오페라사에 길이 남을 뿐더러 '2004대구 국제오페라 축제'의 개막 공연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오페라단 측의 일정상 문제가 없진 않았겠으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회 공연밖에 하지 않는 것은 낭비라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음향 시설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음색을 감상할 수 없었던 점, 실내오페라의 아기자기한 면이 대형 야외오페라라는 그늘에 가려, 연기자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임주섭·본지 객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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