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은 모든 부문의 노벨상 가운데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상의 수상 결정 앞뒤로 언론매체들이 말이 많아지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물질문명에 떠밀려 있던 순수문학이 이때만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불씨처럼 잠깐 불꽃을 피워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상 시즌이 되면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림원 강당은 수상자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세계의 눈과 발길이 꽉 찬다. 이 지구촌에는 발표와 동시에 수상작가의 작품 출간 열풍이 일어나고, 작가는 '돈방석'에 앉게 되기도 한다.
◇ 올해의 수상자는 오스트리아의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인 엘프리데 옐리네크(58)가 선정됐다고 어제 한림원이 발표했다. 소설과 시를 통해 사회의 진부함과 모순을 드러내는 독특한 언어적 열의를 보여주었으며, 사회의 불합리에 굴복하고 마는 부조리함을 비범한 언어적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통해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는 것 등이 선정 이유라 한다.
◇ 여성 작가로서는 열 번째 수상자가 된 옐리네크의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연인들' '욕망', 희곡 '클라라 S' '질병 또는 현대여성'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자전적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바 있다. 그는 1천만크로나(약 15억원)의 상금과 금메달을 받게 된다.
◇ 1901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아시아권에선 1913년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처음 수상했다. 1968년엔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94년에도 일본의 오에 겐자브로가 영광을 안았다. 두 일본 작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영'불'독어는 물론 스웨덴어로도 3권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됐고, 한림원의 관심도 끌어온 경우였다. 작품 번역과 함께 정부'민간단체'재벌그룹의 홍보'후원에도 힘입었다고 봐야 한다.
◇ 우리나라 시인 고은 김지하씨, 소설가 최인훈 황석영 이문열 이청준 박완서씨 등도 근래에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역시 기대는 현실과 가까워지지 않았다. 아직은 과도한 수상 기대가 '문화 콤플렉스의 반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상이 문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더라도, 그 문을 열려면 문학의 향상과 그 정수 함축 작업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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