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논란, 本末의전도아닌가

입력 2004-10-08 14:06:14

정부가 국회 국방위와 통일외교통상위 '기밀자료' 파문과 관련해 국감 자료 제출을 거부키로 방침을 정했다. 문제의 문건은 "한국군 단독 방어 시 북한 남침 16일만에 서울이 함락된다"는 국방연구원 모의분석 결과와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충무 3300, 충무 9000 비상계획이다.

두 건의 자료 유출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사항이냐 아니냐, 군사기밀보호법에 위배되느냐 않느냐는 사법적 판단에 따를 부분이다. 우리가 중시하고싶은 것은 '상식적 기밀성'을 갖느냐 여부다. 국가안보에 치명적이거나(1급 비밀), 현저한 위험(2급 비밀)이 예견되는지를 자문해보자는 것이다.

결론은 부정적이다. 기밀의 분류가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이란 인상까지 갖게된다. 오히려 이런 자료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여 대비책을 충실히 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남침 16일만에 서울이 함락된다"는 내용은 최악의 가정상황이긴 하나 충격적인 일이다. 기밀자료 여부를 따지기 전에 미군의 도움이 없더라도 방어선이 밀리지 않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급하다. 여야가 국가안보의 부실을 버려 둔 채 스파이 논쟁빠져든 것은 본말의 전도가 아닌가 한다.

북한 체제의 와해나 붕괴 시 정부 비상계획도 검증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가 비상계획담당관제를 폐지하고 사무관 한 명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은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허술한 관리로 어떻게 엄청난 국체변동을 수습하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국가 안보나 국가 비상계획은 국민들의 동의와 협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 비밀로 꽁꽁 묶어 감추고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기밀자료 유출 사태를 새로 생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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