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8시쯤 문경시 영순면에서 만난 주부 오상미(42)씨는 친구 2명과 메뚜기를 잡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연신 파리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오씨는 "과거에는 맨손으로 메뚜기를 잡았는데 요즘은 논둑에 날아다니는 메뚜기를 파리채로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오전 6시쯤부터 오전 10시까지 4시간동안은 밤사이 내린 이슬 때문에 메뚜기 날개가 젖어 잘 날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
문경 영순들과 상주 함창들 등에는 야간에 손전등까지 들고 메뚜기를 잡는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다.
직장인 정상수(49·문경시 모전동)씨는 "저녁 식사후 친구들과 장화를 신고 들판에 나서면 2시간 만에 1.8ℓ짜리 페트병 하나가득 메뚜기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상주시 중동면 죽암리와 오상리에 펼쳐진 105ha 들판에도 메뚜기 천지다.
이곳은 무공해 우렁이쌀 재배단지인 일명 '번개들'. 벼 포기 사이를 헤치면 바닥에는 온통 우렁이들로 빼곡하다.
곳곳에는 거미들이 먹이잡이를 위해 처둔 거미줄이 허옇게 깔려있어 옛 들판 모습 그대로다.
벼 잎새를 손으로 들추면 어디선가 나타났던 메뚜기들이 떼지어 하늘로 소스라치듯 놀라 솟아오른다
이 같은 모습 때문에 이곳 번개들은 최근 들어 학생들의 메뚜기잡이 현장체험 교육장이 되고 있다.
쌀 생산농 김현석(67)씨는 "요즘 친환경농업이 확대되면서 메뚜기들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곳처럼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지역이 아니면 메뚜기떼의 날갯짓 같은 장관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곳 번개들은 지난 2001년부터 대단위로 우렁이와 목초액, 활성탄 등 친환경 농자재만을 이용한 무농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해오고 있다.
농약 등 제초제를 대신해 키운 우렁이들이 벼 포기 사이에 자라는 어린 풀들을 먹어치운다.
당초 40ha로 출발한 친환경농업은 이제 6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10여 농가는 유기농인증을 받았다.
이 곳에서 메뚜기와 함께 자란 쌀은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아 일반 쌀보다 무농약 쌀은 30%, 유기농 쌀은 50% 정도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농민 이용호(68·문경시 산양면 불암리)씨는 "올해는 벼 병해충 발생이 예년보다 감소해 농약 살포 횟수도 크게 줄였다"고 했다.
한편 주부들은 "요즘 시장에서 파는 메뚜기는 온통 중국산 뿐이어서 마구 사먹을 수도 없다"며 "아침, 저녁 반찬값도 줄이고 운동도 겸해 들판에 나가 메뚜기를 잡고 있다"고 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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