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소비자 대응도 다양

입력 2004-10-07 09:57:19

"요즘처럼 기름값 10원이 커보이는 적도 없습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대응 방식도 백태(百態)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소외당한 연탄, 나무 등의 연료가 다시 등장하고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차에 휘발유 대신 유사휘발유를 넣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나무, 연탄보일러 인기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 위치한 보일러 거리. 이곳 거리에는 가게마다 연탄보일러나 연탄난로를 가게 맨 앞에 진열하고 있다.

기름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자 소비자들이 연탄보일러를 선호하기 때문.

과거 연탄보일러는 주로 서민들이 이용했지만 이제 중산층들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연탄보일러를 찾고있다.

45평 주택에 살고 있는 김상조(54.수성구 상동)씨는 "오래된 주택이어서 외풍이 심해 기름 소비가 많아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면서 "고유가 시대에는 연탄을 때우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 같아 연탄보일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ㄹ보일러 사장 정호점씨는 "전체 보일러 판매량 중 연탄보일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연탄보일러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정도 늘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연료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연탄소비량은 2002년 3만 4천t에서 2003년 4만 1천t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올해는 5만t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불도 때지 못하는 것보다는 다소 귀찮고 가스중독의 우려도 있지만 조심해서 연탄보일러나 연탄 난로를 때겠다는 서민, 경로당, 가게 등이 늘어나는 것.

60년대 목재 난로가 연상되는 나무보일러도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농촌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잡목으로 가동할 수 있는 나무보일러를 사가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판매상 황숙자(47)씨는 "지난해 비해 30%정도 판매량이 증가했다"면서 "5년 전에 나온 나무보일러가 수명이 다해가면서 최근 교체 수요도 크게 는다"고 말했다.

◇ 설치비용은 비싸도 심야전기 인기

심야전기 온수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값싼 심야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1년만 사용하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ㅎ상사 김태순 사장은 "값싼 연료비와 편리한 것을 찾는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고있다"면서 "100ℓ짜리 순간온수기가 40만원대로 비싸지만 하루종일 온수를 사용하고도 한달 전기료가 5천원 정도로 유지비가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한편 북성로 오토바이 골목도 스쿠터가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ㅅ모터숍 임문호 사장은 "불황으로 오토바이 판매량이 점점 줄고 있지만 스쿠터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예전에는 배달부들이 주 구매층이었지만 요즘은 직장인이나 주부들도 많이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 대중교통 이용해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대구시내 휘발유가가 ℓ당 1천400원을 넘어서면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구시 지하철노조가 파업중임에도 불구, 지하철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분위기다.

퇴근시간대의 지하철은 지하철 차량의 절반 이상이 찰 정도로 승객들이 늘고 있으며, 전문직 종사자들의 지하철 이용도 많아지고 있다.

송지영(27·여·달서구 송현동)씨는 "두달 전부터 기름값 등 유지비가 많이 들어 차는 집에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며 "요즘 들어 주변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에너지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카풀동료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 면세유까지 구입해달라 통사정

자가용 차량의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한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휘발유 대신 시너나 유사휘발유를 사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고 심지어 농가에 보급되는 면세유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400원에서 950원까지 차이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불법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것.

경산에 친척을 두고 있는 박모(38)씨는 "기름 값이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주위 친구들조차 면세유를 찾는다"면서 "할당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사휘발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워낙 비싼 휘발유 가격 때문에 유사휘발유나 불법휘발유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ㄷ페인트 임모(43) 사장은 "단속으로 시너 판매량이 줄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경제적인 도시가스 설치되면 집값도 달라져

한편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실내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기름보일러보다 도시가스가 설치된 단독주택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

전·월세의 경우에도 도시가스가 설치되면 세입자를 구하기가 훨씬 쉬울 뿐만 아니라 집값도 시세보다 더 받을 수 있어서 대구도시가스에 설치를 문의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도시가스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를 넣겠다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일부 낡은 아파트의 경우 도시가스를 넣기 위해 2년전부터 노력하고 있으나 성사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달성군에 건립할 한 아파트 단지는 고유가 시대에 도시가스가 아닌 기름난방이라면 분양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지경.

경제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