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읽기-(4)편집 읽기

입력 2004-10-04 08:56:29

◇편집이란

신문사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말 가운데 하나가 편집(編輯)이다.

신문사에는 편집국장을 책임자로 하는 편집국이라는 조직이 있고, 거기에 기자들이 속해 있다.

편집국 안에는 편집 데스크를 중심으로 하는 편집부가 별도로 있다.

편집이라는 용어는 넓은 의미로 보면 편집국 구성원들이 행하는 전체 신문제작 과정을 말하는 것이고, 좁은 의미로는 편집부에서 제목을 뽑고 지면을 구성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집이라는 말의 뜻을 알 필요가 있다.

편집을 한자어로 풀이하면 '모아서 엮는 일'이다.

넓은 의미로 쓰일 때는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뉴스를 모으는 일부터 적용된다

취재 기자는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현상을 기사화하는 게 아니라 뉴스 가치가 있는 것들만을 모아 기사로 만든다.

취재 단계에서부터 선택하고 모아서 엮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취재 기자가 기사화했다고 모두 신문에 실리는 것은 아니다.

취재 기자가 소속된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등의 데스크(부장)가 기사들을 취사선택한 뒤 데스크 회의에서 다시 게재 여부, 지면 배치, 기사 비중 등이 결정된다.

이 역시 넓게 봐서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기사는 각 지면의 구성을 담당하는 편집 기자에게 넘겨진다.

편집 기자는 기사의 비중에 따라 각 기사의 배치와 크기를 결정하고 제목을 달아 레이아웃을 완성한다.

이를 좁은 의미의 편집이라고 한다.

편집 과정에서도 기사들은 편집 기자의 선택에 따라 크기나 배치가 결정되고, 제목도 달라질 수 있다.

편집된 각 지면은 편집 데스크와 편집국장을 거쳐 그날의 지면으로 최종 확정된다.

◇편집의 차이를 읽어라

앞서 보았듯이 신문제작 과정은 뉴스 가치에 따라 철저히 선택되고 엮어지는 것이다.

신문을 읽을 때 이를 간과한다면 신문사와 기자가 만들어놓은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신문 전체는 물론 개개의 기사를 볼 때도 편집의 과정을 염두에 둬야 뉴스를 자신의 기준으로 읽는 눈을 기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치 신문 여러 개를 구해 비교하는 것이다.

가판대에서 구입해도 되고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난 1일자 신문을 비교해 보자.

▲취재 기자의 선택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회면에 각각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일주일이 지난 결과에 대한 기획기사가 실렸다.

기사 제목만 봐도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은 '엉큼남-업주 된서리'였다.

취재 기자는 일주일간 형사처벌된 대상과 업소의 종류 등에 관한 기사와 경찰의 추적 방법, 처벌 계획 등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이 고객명단 귀띔'이라는 제목이 붙은 조선일보 기사는 성매매 수사가 주로 신고를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신고 내용과 신고 이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은 동아일보에서 한 문장으로 처리된 것이다.

▲편집 기자의 제목 선택

기사 내용이 비슷하다고 해도 편집 기자가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이 받는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한국 최고령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보자. 각 신문사의 편집 기자들은 한결같이 장수 비결에 초점을 맞췄으나 제목은 달랐다.

조선일보의 경우 '잘 먹고 착하게 살믄 오래살아'로 제목이 뽑혔으나 동아일보는 '부지런히 일하고 긍정적인 사고 땐 오래 살 수 있어요', 중앙일보는 '부지런하고 밝은 성격, 최근까지 4천평 농사'라고 나왔다.

▲신문사의 방향

국제경제기구,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의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예측한 기사가 여러 신문에 실렸다.

얼핏 보면 비슷한 기사이지만 각 신문사의 정부에 대한 태도, 경제를 보는 시각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3면 전체를 할애했다.

가장 위에 '한국 내년 성장률 전망, 아시아 주요국 중 꼴찌'라는 기사를 배치했고 그 아래에 '수출둔화·고유가…내년 더 어렵다'는 경제연구소 대표들의 전망을 담았다.

정부가 제시한 낙관론은 가장 아래에 조그맣게 다뤘다.

동아일보는 '한국경제 내년 5% 성장 가능한가, 정부 낙관…해외 비관'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얼핏 양자의 입장을 비슷하게 반영한 것 같지만 기사는 비관쪽이었다.

3면에서는 IMF의 내년 전망을 다루면서 '고유가…인플레…한국 큰 시련'이라는 제목을 뽑았고, 정부 입장은 아래쪽에 작게 취급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경제섹션에 '국제기구, 한국 성장률 잇따라 낮춰'라는 제목의 4단 기사로 처리하면서 지나친 비관이라는 정부 입장을 자세히 싣고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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