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화섬업계 활로 찾는다

입력 2004-09-29 08:53:23

"이제는 기능성 교직물이다"

"화섬 원료가격이 폭등하면서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실(絲)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섬유업계에는 천연소재와 화섬의 기능성 교직물 개발을 통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

사상 최악의 대불황에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값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섬유산업. 지난해만 해도 파운드당 1달러 미만에 불과했던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실값은 현재 1달러 중반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거의 두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값 폭풍에도 비교적 순항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화섬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능성 교직물업체들이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주)루디아는 최근 제일모직과 1만야드 가량의 오더 수주를 확정지었다.

최고만을 추구하는 제일모직은 품질 조건이 까다로워 대량생산체제를 고집하며 중저가 '양떼기' 수출에 주력해 온 대구·경북업체들 대신 유럽, 일본 원단 회사들과 거래해 왔지만 교직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루디아'의 원단을 선택한 것이다.

루디아가 제일모직 납품을 위해 개발한 기능성 교직물은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만난 것이다.

가로실에 면을 쓰고 세로실에는 스판덱스만큼 신축성이 뛰어난 폴리에스테르 잠재권축사를 사용했고, '편면발수'라 불리는 이중 가공 기술을 동원해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였다.

'편면발수'는 발수 가공을 실시한 한쪽면은 빗물을 흘려보내는 반면 흡수가공을 한 다른 한쪽면은 반대로 땀을 흡수하는 고하이테크 기술이다.

루디아는 상품개발까지 수천,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제일모직 납품에 성공함으로써 1~2달러 내외의 원단 가격을 3달러까지 높여 받는 것은 물론 제일모직을 등에 업고 해외 수출 시장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 섬유업계에 기능성교직물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는 서대구공단 내 서광산업 경우 세계적 품질 수준을 인정받아 이 불황에도 듀폰 섬유사업부문을 인수한 세계 최대 섬유회사 '인비스타'와의 첫 거래를 앞두고 있다.

인비스타와의 거래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인비스타는 모든 거래업체들에게 쿨맥스, 써모라이트 등의 원단브랜드 태그를 부착하도록 하는데, 태그가 붙어있다는 사실만으로 1달러 50센트 이상 수출단가가 높아진다.

루디아, 서광산업과 지난 6개월 간 공동상품개발을 추진해 온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성우 상품기획파트장은 "전통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일색에서 기능성교직물에 눈을 돌리는 업체들은 섬유불황의 파고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비하이브텍스타일, 용진물산, 부림통상, 원일직물 등의 기능성 교직물업체들과의 공동 상품개발에 돌입하는 등 국내외 대기업과 대구·경북 기능성교직물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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