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농 상생의 길이 국가 균형 발전

입력 2004-09-24 11:55:56

10년만의 무더위라 할 만큼 힘들었던 지난 여름의 더위와 비바람을 다 견뎌내고 맞이하는 결실의 계절 추석을 앞두고 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세상 모든 것 다 살려내고 만물을 잉태하는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대자연의 섭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릴 적 우리는 뒷동산 위로 둥실 걸려있는 환한 보름달을 보면서 넉넉한 밤이 깊어만 갔는데, 요즘은 어려운 경제 탓인지 온통 어두운 소식뿐이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생각해 보면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가운데 WTO, DDA농업협상이나, 한·칠레 FTA 등 한국농업이 풀어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1994년 UR협상에 따라 국내 쌀 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100만t을 수입해 왔으나 2004년 유예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각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드세지고 있다.

그동안 국익차원의 이득과 성장 논리에 따라 농업, 농촌의 희생이 담보되었고 농업 협상과정이나 협상내용이 절박한 농민의 심정을 달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도 농협조합원들로부터 농업과 농촌발전을 위해 더 많은 요구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좌절과 갈등의 골짜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생명산업이자 국민의 안전한 먹을 거리를 위한 농업은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농촌이 살고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 국가 또한 조화롭게 성장해 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 살리기 농업·농촌 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동대구농협, 서대구농협, 칠곡농협이 참여해 65억원을 조성하고 경북과 경남의 12개 산지농협에 무이자 농산물 출하자금을 지원한 것은 도농 상생의 작은 실천이다.

오래 전부터 도시농협과 산지농협간 자매결연을 통한 도농 상생운동이 이제는 도시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1사1촌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민과 농협이 앞장서서 안전한 농산물과 먹을 거리를 공급하는 생명창고를 지켜가야 한다. 싱싱하고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이 저가 경쟁력을 뛰어 넘을 때 한국농업의 살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국토 면적의 10%를 차지하는 논은 홍수때 약 36억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춘천댐 총 저수량의 24배나 되며 논에 심겨진 벼는 한해에 약 5천800만명이 마실 수 있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이런 쌀농사의 경제외적 가치는 식량안보, 생태계 보전기능을 제외하고라도 22조 9천억원에 이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환경이 자원인 시대이다.

백덕길(동대구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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