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월드컵 출전 유니폼 환수작전 개시

입력 2004-09-24 08:41:37

'한국축구사의 희귀품을 되찾자.' 영국의 한 기념품 소장가가 그 동안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54년 스위스월드컵축구대회 때의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져 환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축구자료 수집가인 이재형(43)씨에 따르면 우연한 기회에 영국인 A씨가 당시 대표팀 골잡이로 명성을 떨친 고 최정민옹의 상의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에 나섰다.

2002한일월드컵 16강에서 이탈리아를 침몰시켰던 안정환(요코하마)의 골든볼을 천신만고끝에 주심 바이런 모레노(에콰도르)에게서 기증받기도 했던 이씨가 최옹의 유니폼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말.

이탈리아 출장 중 유명 축구수집가인 클라우디오 파스쿠알린을 만나 회원 목록과 소장품을 훑어보던 중 그토록 손에 넣고 싶어했던 한국 첫 월드컵대표팀 유니폼이 A씨의 목록에 적혀있었다는 것.

이씨는 군침을 잔뜩 흘렸으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그와의 접촉을 보류하다 올 3월 A씨와 e-메일로 가격 협상을 시작했으며 사진을 통해 유니폼의 실재를 확인했다.

한국대표팀은 전통적으로 붉은색 계통의 유니폼을 착용했지만 첫 월드컵 도전 무대인 스위스에서는 흰색 칼라가 달린 파란색 상의를 입었는데 사진과 꼭 들어맞았다.

이씨는 "A씨는 지난 56년 홍콩에서 열린 초대 아시안컵에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최옹에게서 선물받았다고 했다"며 "A씨는 홍콩에서 거주하다 주권 반환 이후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협상 관계로 그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존 스위스월드컵 관련 기념품은 고 민병대 옹의 가족이 이씨에게 기증한 기념메달, 팜플렛과 함께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진이 전부다.

이씨는 "구입에 성공하면 축구협회가 갖고 있는 64년 도쿄올림픽 때의 유니폼을 넘어서는 가장 오래된 것인데다 첫 월드컵 출전 유니폼 등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고 후세에게는 한국의 월드컵 출전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교육효과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번호 등 진위에 대해서는 고증이 필수적인 문제.

A씨가 생각보다 많은 액수를 불러 선뜻 수락 의사를 보이지 못했다는 이씨는 다음달안으로 영국을 방문, 가격을 절충한 뒤 일단 계약금만 걸고 가져와 정남식옹 등 생존 월드컵 멤버의 고증을 구할 생각이다.

정옹의 유니폼이 진품으로 확인돼 국내에 돌아온다면 안정환의 골든볼과 함께 한국축구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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