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놓고 여야 모두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국보법 명칭 변경과 제2조 정부참칭 조항 삭제가 가능하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국보법 폐지는 절대 안된다"며 돌아섰고 열린우리당도 국보법 폐지의 보완책 마련을 추석 이후로 연기하고 '국보법 태스크포스(TF)'팀을 해체하는 등 극심한 혼선을 노출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프레스포럼에서 "폐지는 안되지만 여야가 이를 전제로 서로 주장하는 바를 논의해보자는 의미였다"며 자신의 발언 배경을 설명한 뒤 "우리 안을 대체입법이나 형법개정에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같은 뜻을 밝혔다.
박 대표가 이처럼 국보법 폐지 반대를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자신의 발언이 열린우리당의 대체입법론과 유사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일기 시작한 당내 반발을 조기에 무마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과 장윤석(張倫碩) 당 법률지원단장이 "여당이 국보법 폐지를 철회하고 개정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라며 박 대표 발언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박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보법의 명칭 변경은 가능해도 폐지는 안된다'는 것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를 소화한 결과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명칭변경은 어쨌든 국보법의 폐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도대체 박 대표의 정확한 생각이 무엇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폐지 당론이 잡혔지만 이후 다시 형법 보완과 대체입법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그 과정에서 폐지당론에 위배되는 토의 내용들이 흘러나왔으며 특히 '정부 참칭'조항의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TF팀이 무려 3번이나 토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TF팀의 활동을 종료하고 앞으로 정책위 내 제1정조위가 중심이 돼 구체적인 성안작업을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따라 23일 정책의총에서 당론을 결정하려던 당초 계획은 물 건너 갔고 추석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병헌(田炳憲) 원내부대표는 TF팀 활동 종료 이유에 대해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내분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TF팀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팀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도 안된 개인 의견을 마치 당의 의견인 양 외부에 마음대로 발설하는 상황이 계속돼, 논의를 더 진행시킬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훈.박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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