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주5일 수업제 시행

입력 2004-09-20 17:02:19

내년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가 일제히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한다.

일단은 월 1회만 토요일에 쉬고, 이후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는대로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

주5일 수업제는 단순히 토요일 하루를 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교육 현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역할을 가정과 지역 사회로 분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등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쉬는 날 아닌 가정학습일

주5일 수업제 우선시행학교에 다니는 초등생 두 자녀를 둔 권정연(41.여.대구 범어동)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휴무 학습 계획을 짠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구를 벗어나 친척집이나 방학이 아니면 가볼 수 없는 곳을 정해 1박2일 코스로 체험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왔다.

권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지난 7월부터 직장에서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학교에서의 주5일 수업제를 반기고 있다.

반면 중학교 3년 아들을 둔 김계희(49.여.대구 신천동)씨는 주5일 수업제가 부담스럽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학습량이 많아지고 있는데 토요일을 쉬게 되면 어떻게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할 지 고민스럽기 때문.

김씨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틀 연속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건 공부를 계속 하는 학생 입장에선 재충전의 기회도 되지만 공부 흐름이 끊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며 "토요일 학원 수강 스케줄을 빡빡하게 하는 등 사교육비을 통해 공백을 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주5일 수업제의 목표는 가정과 사회에서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넓히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교육당국은 1995년부터 준비해오다 2001년에야 일부 학교에서 연구학교, 우선시행학교 등의 이름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경우 연구학교 136개, 우선시행학교 26개 등 전국 162개교에서 실시됐다.

올들어 전국 초·중·고교의 10%인 1천23개교에서 월1회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재량에 따라 월2회 실시하는 곳도 있다.

내년에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월 1회 실시하며, 단계적 확대 계획은 내년 하반기 확정될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올해 39개교가 우선시행학교로 지정돼 매월 한 번씩 '휴무 학습 계획서'를 미리 받아 토요일에 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이 교과와 단원에 관련된 주제와 내용을 정해 체험활동 등의 계획서를 미리 학교에 보내고, 토요 휴무를 한 뒤에는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다시 학교에 제출하는 식이다.

맞벌이 부부 자녀의 경우 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 등을 마련해 휴업일 활동을 돕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초.중.고 각 3개교는 탄력적 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 모형 연구 등 다양한 토요 수업 방안을 연구중이다.

◇정착까지는

지난해 대구시 교육청이 주5일 수업제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80% 이상이 주5일 수업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경우에는 50%가 만족하고 있으며, 13%는 불만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가장 큰 불만 이유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부족이 지목됐다.

지역 및 계층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 심화, 사회시설이나 프로그램부족 등도 지적됐다.

교육계의 전반적인 반응도 비슷하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살아 있는 지식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학생 지도 공백, 사교육비 증가 등의 혼란과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것.

따라서 주5일 수업제의 안정적 실시를 위해서는 수업 시간 조정, 교육과정 개편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토요일에 일을 해야 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청소년들이 여가를 보낼 만한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시작은 의미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시범학교 규모라면 학교나 사회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학생들의 체험학습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지만, 모든 학교가 월 1회씩만 주5일제를 실시하는 내년만 돼도 수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사이버 가정학습 체제 구축, 토요일 특기적성 프로그램 운영, 도서관·체육시설 활용 등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구시교육청 권연숙 장학사는 "주5일 수업제는 학교에서의 학습과 다른 형태의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 주5일 수업제 이렇게 대비하세요.

◇학부모

△자녀와 함께 토요휴업일 활동을 계획한다.

가족신문만들기, 인터넷을 통한 자료수집.조사학습하기, 봉사활동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기획해 본다.

△자녀의 특기나 취미를 알아본다.

휴업일을 자녀의 취미나 특기를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학부모 도우미활동에 참가해 본다.

자녀와 이웃 자녀들, 특히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을 소그룹으로 조직해 취미.체험활동, 학습보충활동 등을 운영, 학부모의 숨은 능력을 발휘해본다.

△체험학습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

반상회나 주민 모임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토요휴업일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효 체험, 지역 문화유산 체험, 부모의 노동현장 체험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도와준다.

◇학생

△자기주도적학습력을 키운다.

휴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가정학습로 인식, 계획성 있는 자세를 갖는다.

△휴업일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적성과 특기에 맞는 휴업일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휴업일로 인한 실질적 수업 결손을 최대한 보충하도록 한다.

△체험학습일로 활용한다.

우리고장탐방, 전래 민속놀이, 봉사활동 등 평소하기 힘들었던 체험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참가해본다.

△자기관리능력을 키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빠져들기 쉬운 컴퓨터 게임이나 중독성 인터넷을 자제하는 자세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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