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쟁점의 하나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관한 논란이다. 이에 관련하여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역사와 계급에 관련된 고전적 저술들과 함께 최근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된 마르크 블로흐의 같은 책에 새삼스럽게 눈길이 간다.
에서 저자는 "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역사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답한다. 더 나아가 블로흐는 역사는 자의적이고 감정적인 과거 청산이 아닌 객관적 정리 작업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의 작업은 현재의 역사를 올바르고 풍요롭게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뒤집어 새롭게 조명코자하는 데 역점이 주어져 있다. 서구를 가보면 동네 곳곳에 그곳의 역사를 살려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함께하고 있다.
5천년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타민족으로부터 점령도 당했고 수많은 굴종과 배신과 변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들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우수한 민족의 역사가 있다. 잘한 것, 좋은 것은 다 덮어두고 왜 하필 어둡고 부끄러운 것만 들추어내어 그것이 우리 역사의 전부인 것으로 보려하는가. 과연 지나간 역사란 것이 역사가가 아닌 정치가의 힘으로 바로잡고 고쳐져야 할 대상인가.
레지스탕스 지도자였고 역사가였던 블로흐는 1944년 6월 16일 독일 패망을 눈앞에 두고 프랑스 리옹의 한 벌판에서 총살형을 당한다. 블로흐의 투쟁적이고 역사적인 삶이 보여주고 있듯이, 역사는 몇몇 사람의 생각에 따라 변형되고 오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허상문(영남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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