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와 나사돌리개

입력 2004-09-17 10:23:02

'나사와 나사돌리개'(비톨드 리브친스키 지음/경문사 펴냄)

1999년 어느 날, '뉴욕타임스'의 한 편집자가 대학 교수이자 저술가인 비톨드 리브친스키에게 한 통의 전화를 건다. 지난 일천년 동안 만들어진 공구 중에서 가장 유용한 공구에 관해 한 편의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리브친스키는 재미있겠다 싶어 허락했지만 예상과 달리 일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망치, 톱, 대패, 줄자, 심지어는 클립까지 떠올려 보았지만 그것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나사돌리개가 딱'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사와 나사돌리개에 대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나사와 나사돌리개'는 언제, 어디서나 곁에 두고 사용하는 나사와 나사돌리개의 기원과 역사를 밝힌 책이다. 독자들은 그리스, 이집트, 로마에서부터 빅토리아 시대, 이탈리아 르네상스기의 무기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나사와 나사돌리개를 통해 정밀 기술의 백과사전적 정보를 얻게 된다.

나사의 발견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밝힌 저자는 여러 문헌에 대한 고증을 통해 나사의 기원을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에서 찾고 있다. 아르키메데스 같은 천재 수학자만이 나선의 기하학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또 그처럼 천재적인 기계학자만이 이 특이한 형태를 실용적인 장치에 적용시킬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아르키메데스에게 '나사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호칭 하나를 덧붙여 줘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나사돌리개는 단추와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의 발명품이며, 1800년대에 나사돌리개가 이미 정식 공장에서 생산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나사와 나사돌리개는 사이버 세계에서도 살아남을 손 도구라는 저자는 "도구는 신체의 확장이다. 도구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해 온 때문이다"며 나사와 나사돌리개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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