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타임-강경 미내다리

입력 2004-09-15 10:06:32

뭉게구름을 헤치고 무지개를 사뿐사뿐 오르는 느낌이다. 한발짝 한발짝 발을 내딛어 다리 위에 서면 가을 하늘이 가깝다. 눈이 시린 가을 하늘은 손을 내밀면 이내 잡힐 것만 같다. 구름 뒤로 숨어 있던 해가 살그머니 얼굴을 내밀자 투명한 물감으로 채색한 하늘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충청남도 강경에는 길손의 발길을 잡아끄는 옛 다리가 있다. 미내다리.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강경천 제방 안쪽에 세워져 있다. 옛날 강경천을 미내(渼奈)라고 부른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다리 옆에 조선 영조 7년(1731년) 강경촌에 살던 석설산과 송만운 등이 재물을 모아 1년만에 완공했다고 새겨진 은진미교비가 있었지만 파손돼 지금은 부여박물관 뜰로 옮겨졌다고 한다.

길이 30m, 너비 2.8m의 미내다리는 세 개의 홍예로 연결된 다리다. 중앙이 솟아있어 마치 무지개 다리를 연상시킨다. 과거에는 홍예의 정상부 종석은 다리 난간 밖으로 돌출시켜 호랑이 머리를 조각했고 북쪽의 홍예 정상부 종석 다리난간 돌에는 용머리를 새겼다.

또 난간석에는 꽃무늬를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마멸돼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운 모양새만으로도 조선시대의 다리 축조기술과 예술미를 짐작케 한다.

이 다리에는 재미난 전설 하나가 내려온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연산의 가마솥과 은진의 미륵, 강경의 미내다리를 보았느냐?"고 묻는단다. 그만큼 미내다리는 5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밥을 지었다는 연산의 가마솥, 동양 최대의 돌미륵인 은진의 미륵과 함께 논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꼽힌다.

또한 정월 보름날 이 다리를 자기 나이만큼 왕래하면 그 해의 액운이 사라지고 추석날 이 다리를 일곱 번 왕래하면 행운이 깃든다고 이곳 사람들은 믿고 있다.

논산 시내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강경으로 가다 상강경교를 건너기 직전에서 좌회전, 시멘트길을 따라 1㎞ 가량을 달리면 미내다리를 만날 수 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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