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총무원장도 '늘 그런 분들'?

입력 2004-09-14 14:08:25

원로 1천500인의 시국선언 때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주장의 잘잘못을 떠나 무례(無禮)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늘 그런 분들 아니냐"고 했다.

386의 정봉주 의원은 "반개혁.반민주적 기득권 세력에 기생해 영화를 누리던 분들"이라고 했다.

어제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의 법장 총무원장은 집권세력의 '국가보안법 폐지'에 우려의 쓴소리를 했다.

두 분이 또 '늘 그런 분들'로 치부될까 두렵다.

김 추기경은 "보안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폐지는 이르다"고 했다.

법장 스님은 "탄압에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사실상 폐지에 부정적인 답변이었다.

"북한이 원하는 게 남남갈등 아닌가"라는 추기경의 지적,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도 대중이 부정하면 좋은 것이 못된다"는 스님의 말씀은 지금 국민 생각과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끄떡도 없다.

바둑으로 치면,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얼굴 표정이 없는 이창호 9단 모양 '돌부처'같다.

당장 오는 19일께부터 연말까지 다섯 차례 약 40일 동안 경제.통상외교의 순방길에 오른다.

과거사.국가보안법이라는 국내문제의 화덕에 기름을 끼얹은 장본인이면서 대통령 자신은 쏙 빠져버렸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차제에 노 대통령은 국보법 폐기 '지침'을 수거하고 순방길에 나서는 것이 옳다.

폐기를 전제로 재량권을 줬다는 것은 결국 여당은 재량권 없는 '거수기'라는 얘기다.

이리 되면 우리당은 대통령이 시킨대로, 그리고 야당은 장외(場外)로 뛰쳐나가는 일뿐이다.

한국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많은 CEO들이 "정치 불안이 내년 경제 최대의 불안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야당과 타협할 수 있는 '자유 재량권'을 주고 가시기 바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