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차는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납니다.
소위 '원님 덕에 나팔 부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지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전국 시·도를 시찰할 때면 행정 공무원들은 파김치가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대통령 신변안전과 경호를 이유로 행정 공무원들을 마치 '머슴 부리듯' 하고 심지어 폭행도 마다 않은데다 대통령 수행에 따른 적잖은 관·민폐를 끼쳤기 때문. 한 공무원은 "대통령 행사가 마치 옛날 원님 행차처럼 요란해 원성이 적잖았다"고 회상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행차준비로 곤욕을 치른 탓인지 공무원들은 주로 고생하거나 혼났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일화 한 토막. 박 전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 기관단체장들과 이야기를 나눈던 중 차를 나르던 공무원이 평소처럼 자기가 속한 단체장에게 먼저 주었다가 행사 뒤 단체장이 청와대 요원들로부터 말못할 곤욕을 치른 이야기가 당시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학생들이나 반체제 단체 등의 시위와 테러에 대해 반응이 민감했던 시절이던 전두환·노태우 전 두 대통령의 대구방문 행사때가 특히 삼엄하고 요란했다고 공무원들은 기억했다.
보통 한두달 전부터 시작된 보안점검이 이뤄지면 사무실 천장을 뜯어보거나 직원서랍을 열어보는 등 점검이 삼엄했고 잘못 행동했다가는 요원들로부터 얻어 맞기도 했다는 것. 또 이들에 대한 '접대'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따라오는 공무원 등 수행원들에 대한 뒤처리도 쉽지 않은 고통거리였던 것으로 공무원들은 회상했다.
요즘은 금속탐지기로 점검에 나서 과거보다 간단하다.
이들 대통령 시절 대통령 행차를 앞두고 요원들이 당초 지시한 행동요령에서 벗어날 경우 호된 대가를 치른 것으로 소문나 있다.
한 공무원은 "시청에서 대통령을 면담하는 지역인사들은 미리 정해 놓은 걸음걸이와 보폭, 악수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요원들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면서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요원들의 지시를 지키지 않았다가 '조인트 까이는'(정강이를 차이는 것) 등 수모를 당한 직원들도 적잖았다"며 "되돌아보면 마치 다른 세상서 살았던 것같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 이후 시절에는 과거 '운동'을 함께 했던 일부 인사들 때문에 공무원들이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대통령 방문을 전후로 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저런 청탁을 많이 해 달래고 무마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세월의 흐름따라 대통령 행차도 조용하고 치러지는 등 많이 달라져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란했던 대통령의 행차도 이제는 사라지는 옛 이야기가 돼 가는 것 같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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