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기는 '관심 마케팅'

입력 2004-09-13 16:45:00

유례없는 내수불황으로 폐업태풍이 불고 있는 요즘, 소상공인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손님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이 끝을 모르면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관심 마케팅'을 주문하고 있다. '외로운 현대인'은 낯선 가게 주인이 쏟아주는 관심에 감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뭐든지 해줘라

대구 북구 구암동에서 40평 규모의 복어 전문점(강남복어)을 운영하는 김남영(45)씨는 2002년 봄 개업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2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칠곡택지지구'안에 가게가 있지만 이 집엔 북구지역 손님보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 개업 2년여만에 '동네 음식점 수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비결은 손님들에 대한 끝없는 관심. 맛은 기본, 서비스는 필수라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관리고객 1천600여명에게 매일 전자우편을 보냅니다. 쉬운 일 같지만 직접 해보니까 쉽지 않더군요. 더욱이 2번 이상 다녀간 손님에게는 그 손님에게 맞는 내용으로 꾸며 전자우편을 보내죠. 전자우편이 없는 사람들에겐 문자메시지를 발송합니다. 매일 2천통 가까운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결국 손님들에 대한 관심이 가게의 영업 성공 여부를 결정하더군요"

김씨 가게 달력에는 날짜별로 손님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기록돼있다. 손님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생일과 결혼기념일엔 별도로 작성된 전자우편과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1천600여명 가운데 자주 오시는 500여명은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손님이 들어올 때 이름을 불러드립니다. '김선생님, 박사장님' 등 이름을 불러드리면 좋아하는 얼굴이 눈에 보입니다. 결국 이런 손님들은 다음에 친구나 친지를 데려오게되고 저는 또다시 사은품 등으로 보답합니다"

그는 이 가게를 열기전 달성군 화원읍에서 10여년간 복어전문점을 운영, 복어요리에 관해서만큼은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맛만 좋다고 손님이 몰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깨쳤다고 했다.

"오는 손님만 받는 등 엉성하게 운영하다보니 화원에서 가게를 할 때는 매출이 월 300만원정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때는 맛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저희집이 '쫄복 요리'로는 알아주는 집이었는데 손님이 갈수록 떨어지더군요. 맛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김씨는 모든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준다. 물론 돈을 받지 않는다. 처음엔 상당수 손님들이 그를 고용된 구두닦이로 착각했다.

"'이 정도하면 그만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자만심이 가게를 망칩니다. 음식을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먹고, 기분으로 먹는 시대입니다. 가게 주인들이 이 점을 알아야합니다" 053)322-4022.

◇손님의 친구가 되자

김주환(44).김옥남(40)씨 부부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여성의류 전문점(발렌시아)을 운영하며 월평균 5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윤율이 25%가량 되다보니 적잖은 수익.

지난 1999년 여름 개업한 이들은 내수시장의 불황으로 옷 사는 사람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도 불구, 안정적인 매출 기록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 집 역시 성공의 비결은 고객관리.

"전자우편 발송은 기본이고, 옷을 사간 손님들에게 2주일후에 '옷이 마음에 드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를 겁니다. 전자우편은 별도로 전산프로그램을 만들어 발송하고 전화는 아내가 직접 겁니다. 전화 2대를 갖다놓고 전화료만 월 수십만원이 나가지만 손님들에 대한 관심은 결국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주환씨)

이 가게에서 여러번 옷을 산 고정고객은 약 800여명. 이 가운데 300여명은 계절이 바뀔때마다 각자가 3, 4벌씩 옷을 사간다고 김씨 부부는 말했다. 부부의 관심덕분에 '한번 손님'이 '여러번 손님'이 되고 있는 것.

"손님이 친구처럼 거리낌없이 주인에게 부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손님이 옷 수선을 요구하면 손님 집까지 직접 배달해줍니다. 단골이 아니더라도 손님 집에까지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너무 먼 곳이면 택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요. 배달일이 많다보니 남편이 좀 힘들답니다" (옥남씨)

옷을 사지 않더라도 손님과 대화하기, 식사시간과 겹치면 함께 식사하기, 방문 고객의 옷차림새 조언해주기 등이 김씨 부부의 영업방침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제품 출시를 알려주는 전화도 기본.

"손님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면 손님들이 처음엔 부담스러워하지만 결국 수화기 건너편에서 손님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일부 손님들은 전화를 받은 뒤 그새 친해진냥 음료수를 사들고 저희 가게에 놀러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옷을 꼭 사라는 식으로 부담주는 말은 삼가야합니다" (옥남씨)

부부는 욕심을 버려야 손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부부는 외환위기 당시 큰 사업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보약이 됐다며 돈욕심을 부리면 주인 얼굴에 친절이 찾아올 수 없다고 했다. 053)756-7446.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고객에 대한 관심 마케팅으로 불황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구시 북구 구암동'강남복어'의 김남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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