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북한 량강도 폭발 원인

입력 2004-09-12 22:12:29

북한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구름 속에 가려져 있으나 우선 핵실험 혹은 핵폭발 등 핵 관

련 사건이거나 사고, 둘째 미사일 관련 사고, 셋째 군수공장 폭발 등 3가지 가능성

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핵 관련 사건이거나 사고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여

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으며, 북한 사정에 정통한 내외

소식통들도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어 미사일 사고거나 군수공장 폭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핵관련성 희박 = 미 국무부는 량강도 폭발 발생 사실이 전해진 12일 이 폭발

이 핵폭발이나 핵실험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pretty sure)" 아직 폭발의 실

체에 대한 구체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이

런 종류(핵실험)의 실험이 실시됐다는 아무런 징후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폭발이 핵실험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폭발사고

장소인 김형직군이 경우 백두산 부근의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데다 지금까지 핵실

험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오늘 오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폭발사고에 대한 보

고가 있었다"며 "그러나 문제의 장소가 산으로 둘러싸여 철길이 지나는 곳이고 중국

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장소인 만큼 핵실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량강도 폭발이 핵실험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사일 사고설 = 미사일 사고 가능성은 미국 언론이 먼저 제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인터넷판에서 이번 사고가 핵 실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미

사일 관련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 실험이

실시될 만한 지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면서 이번 의문의 폭발이 일어난 김형직

군은 미국이 주목하던 곳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보 소식통들도 미사일 사고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

통은 폭발 지점 인근에서 최근 대포동 미사일을 운반하는 트레일러가 발견됐다는 정

보가 있다고 밝혀 이번 폭발이 미사일 관련 사고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폭발 장소가 로동 미사일 기지가 있는 영저리와 멀지 않은 곳인 점도 미사일

관련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형직군의 산악지대인 영저리에 로동

1,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군수공장 폭발설 = 가장 늦게 제기됐지만 가장 설득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보 소식통들은 폭발 지점 인근에 북한의 병기연구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

서 군수공장이나 무기고 등이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폭발 당시의

정황이 화약류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폭발로 인한 지진 징후가 2차

례 관측됐다는 점에 비추어 1차 폭발에 이은 2차 폭발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버섯구름 형태의 엄청난 연기가 발생한 것이 위성으로 관측됨에 따라 화약류 폭

발로 인해 산불이 크게 번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직군이 산악지형인 점

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CNN 역시 산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지

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핵시설들 중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히

고 "위성에 포착된 북한 상공의 버섯구름은 핵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산불 때문

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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