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 4기.다량의 철재 등 발견
고대 야철지로 주목받아온 경남 합천군 야로면 돈평마을 불묏골 일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되면서 지금껏 베일에 싸여 있던 철 생산지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합천군은 '고대 야철지 멋대로 시굴조사 훼손'이라는 본지 보도(2003년 1월5일자) 이후 예산을 확보, 체계적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야로(冶爐)면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제철과 관련된 곳으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삼국사기.신증동국여지승람.여지도서.세종실록지리지 등에도 철 생산지로 기록돼 있어 학계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철 생산이 계속된 곳으로 보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의 지표조사를 토대로 지난 달부터 (사)경남고고학연구소가 시굴조사를 벌였으며, 8일에는 현장에서 대학교수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도위원회를 가졌다.
이번에 시굴조사를 벌인 곳은 불묏골 일대의 극히 제한된 600여㎡에서만 이뤄졌다.
조사 결과 조선시대 및 그 이전 단계로 추정되는 유구 4기와 다량의 철재와 슬래그(철광석에서 금속을 빼고 남은 찌꺼기), 송풍관, 옹기, 백자 및 토기편 등이 확인됐다.
형태는 방형과 장방형으로 용해.정련시설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인근 광산에서 채취된 철광석을 녹이는 1차 제련시설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최종규 연구소장은 "이곳은 여러 연구자에 의해 고대 야철지로 추정돼 왔으나 지금껏 기본적인 성격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드러난 부분은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철 생산 과정상 광석을 녹인 다음 로(爐)를 부수어야 하는 만큼 시대가 변하면서 겹쳐 축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부산대 정징원 교수와 동의대 임효택 교수는 "삼국사기에 야로현(冶爐懸)이라는 지명이 등장한 것으로 미뤄 제철지는 훨씬 넓은 지역일 가능성 크다"고 했다.
신정환 고령 대가야박물관장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야로현에서 정철(精鐵)을 납품'한 기록이 있는데, 이곳의 철재편은 거친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1차 제련을 한 뒤 인근 평지로 옮겨져 2차 제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고령 쌍림면 용리에서도 야철지가 발견된 만큼 합천과 고령의 합동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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