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지핀 '가마 혼불'
전통 도자기 예술의 혼을 잇고 있는 도예 명장(名匠), 천한봉(71).
열여섯 청춘부터 56년간 도공(陶工)의 한 길만 걸어온 천 명장이 대구에서 첫 개인 전시회를 갖는다.
경북 문경에 둥지를 틀고, 국내에서는 개인전을 갖지 않고 일본에서만 꾸준히 전시회를 열던 천 명장이 이번에 모처럼 대구 관객에게 직접 다가선 것이다.
대구 남구문화원이 주최하고 예송갤러리가 주관하는 이번 '흙을 보석으로 만든 56년 특별전--도천(陶泉) 천한봉 초대전'은 9일부터 16일까지 대덕문화전당 1층 대덕아트홀(053-622-0703)에서 열린다.
천 명장은 "주로 일본에서 작품전을 선보이다 이번에 대구에서 차그릇(茶碗), 항아리, 주전자 등 도예작품 100여점을 내놓았다"며 "수 개월 동안 힘을 쏟아온 결과물에 대해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도다완 분인다완 이라보다완 등 차그릇 8종류와 물항아리 다기세트 잎차호 말차호 푼주 건수 등 40여종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천 명장의 독특한 도예기법은 전통 발물레와 독창적인 재료에서 나온다.
그는 수십년 동안 편리한 전기물레 대신 전통 발물레를 고집해왔다.
천 명장은 "요즘은 허리가 아파서 차그릇 등 소품은 발물레를 사용하지만, 물 항아리 등 대작은 전기물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떡갈나무를 태운 특유의 식물성 재를 유약으로 써왔으나 최근에는 떡갈나무를 쉽게 구하지 못해 대신 사과나무를 태워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섭씨 1천300도의 가마 불길 속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작품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76년과 77년 일본 전국 순회전시를 비롯해 지금까지 일본에서 12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대다수 작품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천 명장은 자신의 작품이 일본에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조선시대 임진왜란 등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국산 도자기 상당수가 일본에서 '보물급'으로 지정됐다"며 "일본인들은 이 빼어난 도자기를 가장 잘 재현한 작품으로 내 것을 꼽는다"고 했다.
천 명장은 국내에서 '한국 도공의 정신전'(98년, 성곡미술관) '세계 다도문화 교류전'(2002, COEX) '도예 천한봉의 70년 삶'(2002, 예술의 전당) 등 제자들과 함께한 그룹전이나 교류전을 가져왔으며, 지난 95년 대한민국 도예명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천 명장은 "앞으로 가장 큰 소망이자 꿈은 제대로 된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유학한 뒤 지난해 10월 귀국한 막내딸(32)은 천 명장이 가장 기대하는 수제자다.
천 명장은 또 경북 문경시 문경대학, 경기도 이천시 이천도예고교 등지에 강의를 나가며 후진 양성에 정열을 쏟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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