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솔솔 부는 클럽문화 붐

입력 2004-09-08 09:27:01

지난 4일 밤 자정, 인적이 드문 로데오 거리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ㅍ 클럽 .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색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50평 남짓한 어두운 공간에 뿌연 담배 연기가 가득하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취한 젊은이들이 몸을 흔든다.

웃옷을 아예 벗어버린 남자, 한 손엔 술병을 들고 도취된 듯 리듬에 몸을 맡긴 여자….

최근 중구 삼덕동 일대가 서울 홍대 앞처럼 클럽 문화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밤문화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술보다는 다양한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요즘 신세대들의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클럽'이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클럽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국의 문화와 비슷한 클럽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의 숫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 늘어나는 클럽, 몰려드는 신세대

10여년 전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클럽 문화가 뒤늦게 대구에도 상륙했다.

2002년 2곳에 불과했던 클럽은 올들어서만 6곳이나 새롭게 문을 열었다.

중구 삼덕동 일대, 특히 로데오 거리를 중심으로 현재 10여 곳이 성업중이다.

여기에 기존 나이트 클럽 2곳이 전문 음악클럽으로 간판을 바꿔 달 태세다.

클럽 '헤비'의 신은숙(32) 대표는 "대구의 경우 영화관 외에는 젊은이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춤출 수 있는 클럽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밤문화인 클럽이 늘어나면서 이 일대를 찾는 외국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남구 봉덕동이나 이천동 등 미군부대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던 외국인들이 중구 삼덕동 일대로 대거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 외국인들은 하우스, 힙합 등을 틀어주는 3, 4군데의 클럽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캐나다인 제임스(23)씨는 "이 곳에 오면 한국인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편안하게 술을 마실 수도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왜 클럽인가

한 힙합클럽에서 만난 대학생 김용진(25)씨는 클럽이 좋은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음악, 둘째 가격, 셋째는 사람들입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처럼 하우스나 힙합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들으며 춤출 수 있는 공간은 클럽밖에 없어요. 게다가 5천∼1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있으면 밤새도록 즐길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어김없이 클럽을 찾는다는 미국인 케빈(24)씨도 "억지로 많은 술을 마시지 않고 적당하게 취할 수 있어 좋다"며 "얼마 전 이곳을 알게 되면서 우리만의 공간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힙합전문클럽 '핑'의 지민주 대표는 "우리 클럽의 경우 손님의 90%가 외국인"이라며 "자국의 밤문화와 비슷한 클럽에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춤출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한상덕 대경대 교수는 "클럽 문화는 라이브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라며 "이러한 젊은이들의 클럽 문화 에너지는 공연 문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 공연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클럽이란?

소규모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거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는 특정 장소. 마니아들로부터 시작된 클럽문화 속에는 클럽 마니아는 '클러버'(clubber), 클러버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은 '클러빙'(clubbing)이라고 한다.

클럽에서는 기존의 음악을 그냥 틀지 않고 디제이가 즉석에서 분위기에 맞게 음악을 믹싱해 들려준다.

디제이에 의한 음악 재창조 작업은 '디제잉'(Dj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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