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라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나요?"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용산동 ㅎ 독서문화원.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가 상담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집에만 들어오면 TV와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하고 책은 읽지 않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어머니는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대학입시에도 면접이나 논술 등이 강조되고 있어 일찍부터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싶어했다.
독서지도사 박선이(40)씨는 "아이 혼자서 책을 읽도록 강요하지 않느냐"며 "아이에게 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 읽는 부모를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또 지난 6년간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무엇보다 절감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두돌이 지났을 때쯤 아이가 제 책을 몰래 감춰버리더군요. 엄마가 책만 보고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는 불만의 표시였죠.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 혼자서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어요."
책을 많이 읽는 아이의 가정에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책읽기를 강요하는 법은 없다.
책은 책장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손만 내밀면 닿는 곳에 널려 있다.
◇욕심과 강요는 부작용만 낳는다
자녀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박씨는 그러나 책을 읽는 즐거움보다는 학업 성적을 올리는 수단으로 강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필독서를 몇 권 던져주고 기한을 정해 읽도록 강요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이의 관심이나 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말만 듣고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죠."
박씨는 아이의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부모의 욕심'을 꼽았다.
그는 "아이가 한 권의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지보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에 관심을 두는 부모들이 많다"며 "이럴 경우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며 책을 읽는 시늉만 할 뿐, 결코 책과 가까워질 수는 없게 된다"고 했다.
박씨는 최근 만났던 한 중학생의 예를 들려줬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부모의 자랑이 대단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난 뒤 그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니 '왜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데 고집을 피우며 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군요. 책을 읽기 전부터 읽고 난 뒤까지의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멋대로 책장만 넘긴 결과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라
아이들은 보통 생후 10개월 무렵이면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올바른 독서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때부터 부모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아나 초등생의 경우 책을 읽고 난 뒤 줄거리를 물어보면서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등장인물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 왜 그런지,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등의 질문들을 던져 준다면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길러줄 수 있다는 것.
책을 고를 때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나 단체의 추천도서, 수상 도서, 권장도서 리스트를 수집하고 출판사 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틈틈이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읽기와 쓰기, 말하기 훈련은 함께 할 때 효과가 있다.
책을 읽은 뒤 자유로운 형태로 독후감을 쓰거나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인상 깊었던 장면 그림 그리기, 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은 학부모도 쉽게 지도할 수 있다.
독서습관이 길러지지 않은 아이라면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꾸준히 부모가 이끌어줘야 한다.
"아이들은 대개 한글을 깨친 직후인 6, 7세쯤부터 책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부모가 읽어주다가 혼자 읽게 되면 독서가 지겨운 일이 돼버리는 겁니다.
"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오를수록 심해진다.
그림이 줄어들고 글자가 많아지면 이내 지루해하는 것이다.
이 때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끝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부모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박씨는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고 좋은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다"며 "책읽기를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길잡이는 부모"라고 강조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박스
◇독서 습관 들이기
- 손만 뻗으면 책이 잡히는 환경을 만든다.
- 책한권이라도 매일 꾸준하게 읽도록 한다.
- 관심 분야에 맞게 책을 골라 주고 궁금한 것은 책을 찾아 해결하게 한다.
-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한다.
◇책 고르는 방법
- 아이의 적성과 연령에 맞는 책을 고른다.
유아용은 그림만 보도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으로 고른다.
초등학생용은 주제가 분명한 책이 좋다.
저학년은 순수.창작동화, 고학년은 인물이나 역사이야기, 지식.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이 좋다.
- 독서 운동 단체의 학년별 권장 도서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독서 지도 방법
- 책 읽기 전에 동기 부여와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한다.
- 흥미를 유도하고,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읽도록 유도한다.
- 이야기 책은 6하원칙 중심으로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정보류의 책은 알게 된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 책을 읽은 후에는 토론, 토의를 해보고 느낀 점 등을 표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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