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자전거 하이킹과 경주~감포 드라이브 길

입력 2004-09-03 08:50:36

가을은 하이킹의 계절. 생각만 해도 낭만이 있고 운치가 있다. 더욱이 그 곳이 문화유적지가 있고 아름다운 길이라면 추억은 배가 된다. 경주는 지붕없는 박물관, 신라천년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천년고도다. 문화유적들이 반지름 5km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다 코스별로 길도 잘 닦여 있어 자전거 여행지로 그만이다. 시내 곳곳의 자전거대여점에서 5천원이면 하루 내내 빌릴 수 있다.

경주자전거여행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버스터미널에서 형산강변~김유신장군묘~태종무열왕릉~대릉원(천마총)~첨성대~계림~반월성~안압지~분황사~황룡사터~국립경주박물관을 거쳐 버스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이다. 대릉원을 중심으로 서북쪽 끝인 김유신 묘가 2.5km, 반대편 끝인 경주박물관이 2km 정도로 거리로는 얼마 안 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경주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코스다.

버스터미널에서 김유신장군묘까지는 자전거로 20분거리. 가을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느껴진다. 김유신묘 앞에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장군의 씩씩한 기상을 되새겨본다. 김유신묘에서 남쪽으로 2.8km를 가면 태종무열왕릉이다. 능 앞 비석의 거북모양 받침돌이 인상적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 살아 꿈틀거릴 듯 힘이 넘쳐흐른다. 왕릉 뒤에 있는 고분군은 산책하면서 둘러볼만 하다. 늠름한 두 능을 돌아보면 무덤 안을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면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 대릉원으로 가면 된다.

신라 천년의 영혼을 묻은 대릉원. 고분군의 규모로는 경주에서 가장 큰 대릉원에는 신라 김씨 왕족의 절대적인 왕권을 상징하는 고분 20여기가 자리하고 있다.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된 천마총에는 천년의 신비가 온몸에 스며온다.

대릉원을 나오면 바로 첨성대다. 첨성대 인근에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전설이 깃든 계림이 있다. 계림에서 나와 흙길을 잠시 올라가면 신라의 궁궐이 있던 반월성이 나온다. 자전거로 반월성 둘레의 오솔길을 흙냄새, 새소리 벗삼아 한바퀴 돌아본다. 모양이 반달같아 반월성이라 불리는 그곳은 성안이 넓고 자연경관이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도 그만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승윤(24.대학생).김수현(24.여.대학생)커플은 "방학이 끝나기 전에 추억을 남기기 위해 경주를 찾았다"며 "문화유산을 볼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커플자전거를 타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며 연신 페달을 밟았다.

반월성 동쪽 계단을 내려와 도로를 건너면 신라 문무왕 때 만들어진 연못인 안압지와 임해전터가 나온다. 물고기가 노니는 연못 주위를 한바퀴 도노라면 신라인들의 가무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안압지를 나와 박물관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10분쯤 달리면 신라의 고승 원효.자장이 거쳐간 분황사가 나온다. 세월의 더께를 간직한 9m 높이의 모전석탑과 호국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우물 등을 만날 수 있다. 분황사 정문 바로 앞에 펼쳐진 2만여평의 터가 동양 최대의 신라사찰이 있었던 황룡사터. 그 어마어마한 유적이 고려 몽골군 침입 때 한줌 재로 변한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쯤 되면 안압지와 황룡사 출토유물이 보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는 당연히 경주박물관으로 향한다.

보문단지도 자전거하이킹으로 그만이다. 이 코스는 특히 연인들에게 인기가 있다. 전용도로가 잘 완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문호수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는 유람선 선착장, 보문상가, 육부촌, 선재미술관, 야외공연장 등 각종 위락시설과 전시.공연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시간이 있고 체력에 자신이 있으면 시내~보문단지~불국사~시내로 이어지는 순환로도 도전해 볼만 하다.

자전거하이킹은 1,2시간 코스, 반나절 코스, 그리고 하루 코스 등 일정대로 코스를 잡으면 된다. 하이킹하다가 힘들면 업소로 전화를 하면 자전거를 찾으러 온다.

◇경주~감포 드라이브 길

보문단지에서 감포로 가는 코스다. 구절양장 꼬부랑길이지만 경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드라이브 길이다. 가는 길에 들를만한 문화재도 곳곳에 산재돼 있다.

추령터널을 지나 조금 내려가다 보면 골굴사가 나온다. 바위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 높다란 상투모양의 머리와 뚜렷한 얼굴, 가는 눈, 작은 입, 좁고 긴 코의 독특한 이목구비와 얼굴 전체에 웃음을 띠고 있다. 특히 맑고 잔잔한 미소가 정겹다. 높다랗게 자리잡은 불상을 보려면 동아줄을 잡고 바위를 기어올라가야 하며 관문처럼 둥그렇게 터진 구멍 사이로 몸을 완전히 구부리고 들어가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 오르는 중간에 자식소원을 비는 산신굴도 눈요깃거리다.

골굴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기림사가 있다. 입구에 들어선 수백년 된 느티나무와 이끼, 그리고 이름모를 꽃과 바람소리가 인상적이다. 가끔 마주치는 다람쥐도 귀엽다. 대적광전 앞에 서 있는 부채살처럼 뻗은 소나무가 이채롭다.

다시 길을 잡아 동해안쪽으로 가다보면 감은사가 나온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그 앞으로 국보인 3층석탑을 보노라면 통일신라의 웅장함과 장중함을 느낄 수 있다.

감은사에서 나와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대종천 다리를 건너면 동해안 봉길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 해안에 서면 바다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 그리 크지 않은 바위섬이 보인다. 문무왕의 수중릉이라고 알려진 대왕암이다.

그리고는 감포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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