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고속철 딜레마'

입력 2004-08-30 14:12:43

하루 이용객 예상 절반...직원 급여 걱정

고속철이 12조원을 들여 12년 만에 개통됐지만 운행 시작 6개월만에 딜레마에 빠졌다.

고속철의 운행 수입이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데다, 일반 열차도 고속철 때문에 지연 운행이 잦아 승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청은 하루 평균 15만명이 고속철을 이용해 올해 1조2천억원의 수입을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하루 평균 7만여명에 그치고 있고, 이에 따라 올해 운행 수입 역시 6천7백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철도청은 고속철도와 관련해 올해 지출해야할 자금 규모가 고속철도 건설 원리금 상환 5천200억원, 선로 사용료 3천억원 등이나 되지만 운행 수입이 기대에 못미쳐 상환은 커녕 직원들의 급여 지급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철도청 관계자는 "정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에 선로사용료 면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3만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한달 급여 1천여억원 조달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내년에 '공사'로 전환하게 된다면 정부 지원금조차 줄어 '공사' 전환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게다가 고속철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일반열차의 승객 불만도 만만치 않다.

고속열차 운행을 위해 일반 열차가 멈춰서는 일이 잦아 운행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

실제로 지난 7월15일 이후 50여일 동안 경부선의 지연 운행은 새마을호가 172건, 무궁화호는 244건에 달해 새마을호는 하루 평균 4회, 무궁화호는 6회가 늑장 운행됐던 것으로 집계됐다.

승객 전종길씨는 "무궁화호 열차를 탈 때마다 '열차가 지연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후속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당역에서 몇분간 머물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듣는다"며 "일반열차를 이용하는 서민들은 정시 도착할 필요가 없다는 거냐"고 말했다.

동대구역 관계자는 "지난 20일까지는 휴가철 특별수송기간이어서 탑승객이 급증, 타고 내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시 운행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지난주부터 열차 지연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선로 안전점검 등의 강화로 열차 정시율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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