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봉주'가 절실하다. 지난 14년 동안 한국 마라톤의 환희와 좌절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쉼없이 달려온 이봉주(34.삼성전자)가 30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 생애 32번째 풀코스 완주로 사실상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보유한 이봉주가 앞으로 몇 차례 더 레이스에 도전할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열어갈 차세대 에이스들의 질주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현역 랭킹 2위 지영준(23.코오롱)은 이날 클래식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16분14초로 16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영준은 "국제무대에 대한 감을 잡았고 2008년 베이징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명승(25.삼성전자)도 순위는 41위에 그쳤지만 20명이나 기권하는 난코스를 뚫고 나름대로 선전을 펼쳤다.
지영준과 이명승은 앞으로 '쌍두마차'를 형성해 한국마라톤을 이끌어나갈 주역으로 성장할 잠재력도 내비쳤다.
그러나 이들 만으로는 왠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마라톤은 풍부한 '선수 풀'을 조성한 다음 과학적, 체계적 훈련을 꾸준히 실시해야만 제대로 된 정상급 러너를 길러낼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선수층은 빈약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99년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하고 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21위를 차지해 한때 유망주로 각광받던 형재영(32.전북도청)과 2002년 춘천마라톤 우승자 제인모(28.구미시청)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다.
동아마라톤 깜짝 우승으로 스타 탄생을 알렸던 정남균(26.삼성전자)은 고질적인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중앙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4분대를 비롯해 2002년 이후 줄곧 2시간15분-18분대 기록을 낸 박주영(24.삼성전자)이 있지만 2시간10분대 진입은 아직 힘겨워 보인다.
2000년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13분57초로 우승한 김제경(26.경찰대)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한국 마라톤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92년 2월 뱃부오이타마라톤에서 2시간8분43초로 종전 한국기록을 2분 이상 앞당긴 뒤 94년 동아마라톤에서 김완기, 같은 해 보스턴마라톤에서 황영조가 경쟁적으로 기록을 앞당겨 '기록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98년과 99년에도 이봉주와 김이용이 한해 걸러 2시간7분대로 진입해 기록 경쟁에 불이 붙는 듯 했으나 2000년 도쿄마라톤 이후 기록은 멈춰섰다.
포스트 이봉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74년 문흥주의 한국기록(2시간16분15초)을 깨는 데 10년이 걸렸듯이 한국 마라톤의 정체기가 다시 엄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성적 지상 주의에 매달려 중.고교 때부터 곧장 마라톤을 시작하게 하는 풍토를 바꿔 5,000m와 10,000m 트랙에서 충분히 스피드를 기르게 한 뒤 마라토너의 전성기가 오는 20대 초·중반에 풀코스에 데뷔하도록 선수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새로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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