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배운다-천연물감 물들이기

입력 2004-08-30 09:29:02

'염색기술이 없었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얀색, 까만색, 그리고 회색 빛 차림의 사람들만 가득해 마치 흑백 TV속을 보는 듯 무미건조해졌을 것이다.

인간은 아름답고 자연의 빛을 보면서 몸과 환경을 장식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색소재료를 사용해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자연재료를 이용한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얀 천에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을 담아보는 천연염색 체험을 떠나보자.

대구에서 파계사로 오르는 길 중턱의 서촌초교 맞은 편 길을 따라 약 500m 정도 소롯길을 가다보면 마당에 감물들인 갈색 천이 나부끼는 집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천연염색 체험장 '때깔'.

체험팀이 마당 한 곳에 만들어진 원두막에 들어서자 은은한 피리소리, 해금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반겼다.

안주인 김순덕씨가 달려 온 것은 그때.

마당 가운데 널려 나부끼는 알록달록한 천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천연염색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곤충으로도 물을 들일 수 있나요?" 장난기 섞인 질문에 김순덕씨는 "옻나무과의 붉나무에 서식하는 오배자충이 만든 벌레주머니와 곤충을 섞어 만들면 보랏빛 색깔을 얻을 수 있어요."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친김에 김씨는 오배자충이 만든 벌레주머니를 꺼내보였다.

그러자 어른 손안에 서너 개 쥐일만큰 작은 회색빛 벌레주머니가 나타났다.

체험장의 주인 김종국씨가 반기는 얼굴로 달려와 아이들을 마당 수돗가로 데려갔다.

아이들에게 덜 익은 땡감을 건냈다.

이것을 4등분 내어 절구로 빻았다.

절구질이 서툰 아이들이 절구를 내리칠 때마다 감조각이 절구 밖으로 튀어나왔다.

잘게 찌은 감을 플라스틱 큰 대야에 넣고 치대자 노란색 빛깔의 즙이 퍼져 나왔다.

"이 감물을 들인 옷을 입으면 가려움증이 있는 피부병에도 좋고 산이나 들판에 나가면 해충이나 뱀이 달려들지 않는다"고 김종국씨가 말했다.

아이들에게 천이 하나씩 주어졌다.

본격적인 물들이기. 아이들은 받은 천을 감즙에 넣고 소금을 한 웅큼 쥐어 함께 넣어 문질렀다.

김종국씨는 "소금은 감물을 잘 들이기 위한 견착제 역할을 하는데 물을 들일 때는 골고루 문질러야 감물이 잘 배인다"고 했다.

끙끙거리기도 잠시, 노랗색 물이 천에 배이자 이번에는 천을 두 사람씩 잡고 넓게 폈다.

이때도 천을 잘 펴야 마를 때 감물이 골고루 입힌다고 김순덕씩가 설명했다.

"이것만 마르면 옷을 해입어도 되나요."

자기가 물들인 천을 빨리 입고 싶은 듯 아이들이 물었다.

"사흘 정도 지나면 갈색 빛이 도는데 물에 넣고 빨아서 널리기를 두 세 번 반복해줘야 해요." 그래야만 나중에도 감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햇빛에 오래 말리면 말릴수록 색깔이 더욱 더 짙어져 예쁜 빛깔을 낸다고 덧붙였다.

노랗게 물들인 천들이 바람에 나부끼자 한 여름 더위를 넘긴 산이 가을 단풍에 물드는 듯 했다.

글.최두성기자dschoi@imaeil.com

진행.김경호 체험교육컨설턴트

감귤 스카프 만들기.

△준비물 : 감귤 껍질, 냄비, 실크스카프, 석회.

1.천연 염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큰 냄비에 3분의 2정도의 물을 넣는다.

감귤 껍질을 물에 잠길 정도로 넣는다.

물이 끓으면 불을 중간으로 해서 2,3시간 정도 계속 끓인다.

엷은 노란색의 물을 추출한다.

2. 실크 스카프를 2,3시간 끓여 추출된 노란물에 흠뻑 적신다.

노란물로 염색된 스카프를 꺼내 찬물에 2,3회 정도 잘 씻어낸다.

3.물이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매염처리를 한다.

석회물에 감귤 껍질, 천연염색을 한 스카프를 넣는다.

노르스름하던 스카프가 진한 노란색으로 변한다.

4. 매염처리가 끝나면 다시 찬물로 2,3회 깨끗이 씻어낸 후 그늘에서 말린다.

햇빛에서 말리면 퇴색될 우려가 높다.

완전히 마르면 다림질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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