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중년도시로 가자'

입력 2004-08-30 08:46:35

은퇴준비 대도시 50대 위한 보금자리 조성

대구시에 생활연고를 둔 50대 이후 중노년층을 영천시의 중추계층으로 끌어들여 영천을 중년층 베드타운으로 육성하자는 '중년도시'(中年都市) 건설방안이 지역 민.관.학계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자녀 학업과 구직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젊은 세대의 빈자리를 은퇴 이후 경제.환경적 여유와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구지역 중년층으로 대체하자는 것으로, 특정 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건설을 추진하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신개념 도시형태다.

영천시에 따르면 중고생 자녀 진학과 청년층의 취업 등을 이유로 영천을 떠난 20~40대가 지난 2000년 이후에만 연평균 2천명에 이르는 등 급격한 인구이탈로 한때 2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현재는 11만명 선으로 줄었다.

또 공무원 교사 회사원 등을 중심으로 한 영천지역 봉급생활자의 35% 가량이 대구지역 거주자로 추정되면서 대구의 위성 베드타운역할을 하겠다는 10~20년 전의 영천도시계획은 실종되고 현재는 대구가 영천의 베드타운이 되면서 중소도시가 대도시를 부양하는 기형적 모양새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

그러나 최근 화북'청통'임고 등 전원지역 및 대구 통근이 용이한 영천도심 외곽지를 중심으로 대학교수, 관료, 기업체 고위 임직원 등 대구의 50대들이 집을 지어 이사하거나 은퇴 이후 주거를 목적으로 300평 내외 규모의 텃밭을 낀 주택용지를 잇따라 구입하고, 대구지역 일부 대학 교수들도 "지방 중소도시가 살아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세대'계층별 특화가 대안"이라는 견해를 내놓자 '내친 김에 중년도시로 가자'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성엽 영천 부시장은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대구에 크게 뒤지고 산업기반도 형편없이 낙후해 영천, 칠곡, 청도, 경산 등이 모두 대구의 역베드타운화 하는 것을 막을 단기적, 현실적 방도가 없다"며 "젊은 계층의 이탈에 대한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 중년층을 불러모으는 것이며 최근 중년층 전입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천시의 한 실무 간부도 "녹지 등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고층 아파트와 저층 빌라촌, 단독 주택지와 텃밭 등 단지 내에 도농(都農)이 공존하는 포항의 포스코 주택단지가 중년도시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중년도시 건설이 추진되면 세제'금융지원 및 도시계획 수립'변경 및 이주 희망자와 건설업자 연결 등 정책적으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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