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3대 꽃으로 육상의 100m(가장 빠른), 역도 무제한급(가장 힘센), 마라톤(가장 인내심이 강한) 경기가 꼽힌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가장 빠른선수는 미국의 '저스틴 개이틀린', 가장 힘센 선수는 이란의 '레자 자데 후세인'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최대 관심은 피날레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의 우승자에게 쏠려 있다. 남자 마라톤에서 역대 2명의 우승자를 배출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4세의 백전노장 이봉주가 마지막 화려한 불꽃을 태워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자 마라톤의 세계기록은 지난해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케냐의 폴 터갓이 수립한 2시간 4분 55초. 일반적으로 올림픽 마라톤경기는 순위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번 대회코스의 체감기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코스의 표고차가 250m 내외인 점을 고려한다면 역시 기록은 2시간10분대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4차례 올림픽마라톤경기에서도 10분벽은 돌파되지 못했다.
마라톤경기는 이미 잘 알려진 데로 생리학, 심리학, 영양학, 역학, 공학, 환경과학 등의 최첨단과학이 망라된 종합과학의 결정체이다. 마라톤은 인간한계 극복의 초인적인 능력과 최첨단 과학의 효율적인 접근이 함께 요구된다. 심폐기능과 근육신경기능을 중심으로 한 체력 및 생리학적 특성, 기온 및 언덕의 환경극복과 관련된 과학, 식이요법을 비롯한 훈련외적 보조물의 활용, 다양한 분석지표를 이용한 과학적인 트레이닝방법, 심리적인 요인의 적극적인 고려방안, 신발과 유니폼의 개발이 계속되는 한 끝없는 기록의 극복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 진행된 여자마라톤에서 일본이 노구치 미즈키를 앞세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배경에는 난코스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방법 및 근력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 효율적 급수를 고려한 물통, 선글라스, 모자, 신발 등에 투자한 최첨단 과학기술 등이 숨겨져 있었다는 점에서도 마라톤이 얼마나 과학을 요구하는 경기인 것인가를 엿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역대 최고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을 조합하고 코스의 환경적 요인이 최적조건을 유지한다면 1시간 58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라톤경기에게 강조되는 과학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피로저항성이 높은 지근섬유의 구성비율 증가(정상급 마라톤선수 : 대퇴 외측광근의 지근섬유비율 90%이상), 심폐기능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 및 무산소성 역치의 증가(이봉주선수 : 체중 1kg당 78.6㎖, 최대 스피드능력의 82.8%), 경기시 주된 제한요인인 외부적 환경에 해당하는 11~14℃의 기온유지를 비롯한 습도, 풍속 및 언덕 경사 등의 최적상태 유지, 체내 수분량의 13%까지 감소되는 수분의 적절한 유지를 위한 첨단 스포츠음료의 개발, 체내 에너지원인 글리코겐 저장량의 증가를 위한 첨단 식이요법의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강조되는 것은 초인적인 정신력 강화를 위한 과학적인 접근을 들 수 있다.
마라톤 최대강국인 케냐선수들은 스스로 과학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케냐의 고지환경 및 채식위주의 식이습관과 같은 일부 특성이 우수한 경기력에 절대적으로 도움을 준다. 기록단축의 중요한 관건인 마라톤의 스피드화를 이룰 수 있는 훈련방법, 이를 수행하기 위한 선수자신의 성실성, 경제적 뒷받침에 의한 동기유발 등이 함께 요구된다. 투혼이 요구되는 마라톤은 그 어떤 종목보다 경제적 동기유발에 해당하는 정신력의 과학화가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분은 아프리카의 여타 흑인선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애틀랜타 및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아공의 조시아 투과니, 에티오피아의 게자행 아베라 등 연속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국내 마라톤의 후진양성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국내선수들의 헝그리 정신 결여에 따른 정신력 강화부분의 어려움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전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온과 언덕의 코스조건이 스피드 싸움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고온을 비롯한 악조건의 레이스코스에서는 지구력, 정신력 및 경기운영의 측면이 승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경기에서 최대 난코스 지점으로 간주되고 있는 32 km 지점 이후 승부를 걸겠다는 이봉주의 전술도 기온과 언덕에 의한 난코스가 가진 요소를 고려한 점이다. 32회의 완주경력을 가진 이봉주가 노련미와 근성을 바탕으로 최후의 선전을 펼칠 것으로 확신한다.김기진.본사 올림픽 자문위원·계명대 교수/체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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