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장애아-영재아 함께 놀려보니...

입력 2004-08-28 11:07:50

'상생궁합' 놀랍게 척척...전국 첫 시범교육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장애아와 영재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

27일 오후 4시 대구시 북구 대현동 '대구 특수교육 창의성 연구소' 부설 교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6명의 아이들이 짝을 이뤄 구멍난 신문지에 얼굴을 넣고 달리기 놀이를 함께 하고 있었다.

깔깔 웃으며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은 게임 성적에 따라 과자 선물을 받은 뒤 타이어 굴리기에 다시 빠져 들었다.

이곳에서 열린 수업은 '영재.장애아 통합 교육'. 이름 그대로 영재와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함께 2시간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연구소 석인수(40) 소장은 "어린이들의 장난처럼 보이겠지만 영재나 장애아에게 큰 교육 효과를 가져오는 수업"이라며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교육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설명하는 통합 교육의 장점은 자폐증 등을 겪는 발달 장애아는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영재아에 대해서는 부족한 인성을 채워줄 수 있는 윈-윈 교육이라는 것.

자폐증 3급인 아들 김모(10.초등 2년)군과 함께 이곳을 찾은 양모(48.여.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영리하지만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오늘 처음 이곳을 찾았다"며 "첫 교육이지만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석 소장이 통합 교육에 나선 것은 아들이 지난 95년 언어 자폐 1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부터.

그는 "자폐 판정을 받은 아들을 따라다니며 생활을 관찰하던 중 두뇌가 뛰어난 아이들이 아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통합 교육을 생각하게 됐다"며 "조용히 사색하는 스타일이 많은 영재아는 장애아를 보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장애아에게 호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했다.

또 일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던 장애아도 호의적 성향의 영재아와 쉽게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것.

이후 그는 생계를 한의사인 아내에게 맡기고 특수교육 대학에 입학해 석사 과정까지 마친 뒤 지난 98년 연구소를 열어 본격적인 '통합 교육' 연구에 나섰다.

영재교육을 전공한 교사 1명과 장애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 2명이 석 소장을 도와 통합 교육을 함께 진행하면서 아들의 자폐 증상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석 소장은 "통합 교육은 장애아들이 사회를 향해 마음을 여는 지팡이 역할을 영재아들이 하도록 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사는 세상'의 지혜를 자신도 모르게 배우도록 한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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