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한 대기자의 책과 세상-안동문화의 수수께끼

입력 2004-08-27 17:17:37

안동문화연구소 편

수수께끼 천국. 그런 나라가 있을까. 있

다. 우리들은 지금 풀어야 할 수수께끼들이

너무 많다. 수수께끼 천국에 살고 있다는 착

각마저 들 지경이다. 아니면 스무고개의 천

국. 스무고개라고 못 박았는데도 웬 넘어야

할 고개들이 이리도 많을까. 까발리고 까발

려도 양파 마냥 한도 끝도 없다. 한 고개 두

고개 넘을수록 가까워야 할 정답은 멀어만

가고 스무고개는 쉰 고개, 여든 고개, 아흔

고개를 넘어서고 있질 않은가.

망할 놈의 수수께끼 혹은 스무고개. 그 문

제는 누가 내는가. 왜 우리는 그 답만 찾아

헤매야 하는가. 진리는 정열을 갖고 문을

두드리는 자 앞에서만 옷을 벗는다고 헤겔

은 말했는데 그래서일까. 문짝은 너덜너덜

할 만큼 두들겨 맞았지만 도대체 진리는 옷

을 벗기는커녕 오리무중이다. 아직도 문짝

이 더 얻어맞아야만 한다는 말인가. 오늘 반

도의 절반을 들끓게 하고 있는 온갖 수수께끼와 스무고개들이 민생을 멍들게 하고 있

다.

정치 그리고 투쟁. 과거사 그리고 경제.

386 그리고 핵심. 이런 용어들이 짜 놓은

성긴 그물 사이로 고구려사는 왜곡되고 외

교안보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

디 아테네서 놓친 금메달이 그냥 놓친 것일

까. 알게 모르게 그동안 뚫린 구멍 탓이라면

지나친 비약일테지. 그러나 분명 우리들에

겐 많은 구멍들이 제멋대로 나 있고 그 구멍

들 사이로 풀어야 할 수수께끼들이 너무 많

이 엉겼기 때문은 아닐까.

음욕보다 뜨거운 불이 있으랴(火莫熱於)

성냄보다 빠른 바람은 없으리(捷莫疾於怒)

무명보다 빡빡한 그물은 없고(網莫密於痴)

애정의 흐름 물보다 빠르나니(愛流馬史乎河)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업이라는 뿌리

칠 수 없는 영원한 과거로부터 맺어진 운명.

우리 모두 지닌, 그러면서도 항상 이를 경계

해야 하는 것들을 네 구절에 모은 글귀다.

빡빡한 그물. 빠져나갈수 없는 그물. 우리

들에게는 쉽사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혹

은 스무고개들도 이 구절에서는 결코 빠져

나갈 수 없어 그 답이 술술 풀리는 날은 정

녕 멀기만 할까. 성냄보다 빠른 바람은 없

다. 성낸다고 무엇 하나 해결될까. 끼리끼

리 누리는 애정의 흐름. 그것이 물살보다 빠

른 의미는 편갈라 싸우지 말라는 뜻이리라.

'안동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이 있다. 수수께끼라는 용어가 위에서 든 의미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순수하게 안동지방을 사

랑하고 그 결실로 엮어진 책이다. 구태여 말

하지 않아도 제목에서 얻어지는 지방화 시

대, 그 시대에 풀어야 하는 문화적인 갈증을

알맞게 담았다. 임재해, 김희곤, 유홍준교

수등 10여명이 지난 94년부터 두 해 동안

약 스무개의 안동지역문화 문제를 다루면서

연 강좌의 성과물이다.

임 교수는 머리말에서"이 책은 학문적

업적을 겨냥하지 않고 지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의 처지에서 실천적이고

해방적 관점의 지역문화 연구를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지역민이라는 단어에

힘입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민. 그들은

실은 지금의 안동을 이만큼 살찌우게 만든

바로 그 장본인들이 아닌가. 그들과 어울려

만든 책. 그래서 이 책에는 안동이 있어 오이끌어 갈 수도 있다는 큰 가능성을 보듬고

있어 더욱 가치를 발한다.

문화적 전통이 안동만큼 온전한 양식으

로 전승되는 곳도 드물다.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부르짖고 있는 지방화라는 말과 흔

히 일컬어지는'우리'라는 우리에 대해서

도 이 책은 매우 자긍심 높은 정서들과 함

께 보여주고 있다. 책 곳곳에 안동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오히려 더 안동을 알아

야겠다는 갈증으로 승화시키는 대목들이

많아 좋다.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 말해지

고 있거나 일화로 남아 아직도 가슴 뭉클하

게 하는 그런 예화들은 안동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들이 책 속에는 고스란히

들어있다.

하회마을, 봉정사, 병산서원, 도산서원,

제비원 등 이름만 들어도 당장 달려가고픈

충동을 일으키지만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충

동에 결정적인 감동을 얻게 해주기에 충분

하다. 문화적인 갈등이랄까 아니면 지역사

회에 대한 애정이랄까 하는 넘치는 매력들

이 담겨있어 안동을 다녀 왔거나 다시 갈 일

이 있으면 한번 읽고 가보면 어떨까 싶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들이 너무 많은 세

상. 그러나 안동의 수수께끼는 우리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주제별 제목 한

번 보자. '안동에는 왜 양반이 많은가'

'안동을 왜 목조건물의 보고라 하는가'

'안동사람들이 용단지를 많이 섬기는 이유

는 무엇인가'등. 궁금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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